정성수 대표, “컨슈머 마음 움직일 수 있는, 기획력과 창의성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무기”
글 천효진|ADZ
디지털 시대로 진화함에 따라 광고, 마케팅 방법도 변하고 있다. 광고 제작 뿐만 아니라 데이터, 메타버스, 오프라인 경험을 통한 커뮤니케이션도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업의 본질에 대해 2022 부산국제광고제 키노트 연사로 참석한 HS애드/LBEST 정성수 대표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30년 넘게, 또 국내 굴지의 종합광고회사의 CEO로서 광고계가 변화해 온 모습들을 직접 체험하고 느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주제였던 업의 본질(정체성)이 작금의 변화의 시대에 더욱 강조되어야 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업의 본질이나 정체성은 변화하지 않았는데 수단들이 진화하고 있다 보니까 업의 본질이나 전문성의 영역에 혼선이 있는 것 같아요. 그걸 34년 동안 광고업계에 있는 선배 입장에서 정리 하는 시간을 가지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기술이나 수단 자체는 우리 업의 전문성을 도와주는 역할이거든요. 그런 수단들을 장착하지 않으면 당연히 우리 업계의 경쟁력에서 뒤처지게 되겠죠. 그런데 핵심은 업의 본질을 중심에 두고 진화하고 있는 수단이나 기술을 장착해야 하는데, 수단들이 오히려 더 목적이나 본질처럼 오해가 생기고 있는 것 같아 이번에 업의 본질이라는 측면에서 좀 더 중점을 두고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디지털 시대로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어디까지가 광고인가에 대해서 재정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런 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HS애드의 애드라는 회사명이 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광고’라는 용어가 지금 같은 DX시대에는 더 이상 적절하지 않은 용어이기도 하고, 우리 업을 정의할 수 없는 용어이기도 한 것 같아요. 과거의 시대에는 광고라는 단어가 맞았거 든요. 그때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얼마나 많이 도달하느냐, 얼마나 높은 빈도로 접촉하게 하느냐가 목표였기 때문에 ‘넓을 광(廣)’이라는 단어가 그 당시에는 맞았던 거죠. 그런데 지금 같은 DX시대, 모바일로 개인화되고 있는 시대에서는 데이터를 통해서 더 정밀하게 개인화 타깃팅을 하는 시대거든요. 광고라는 단어가 아니고 오히려 ‘좁을 협(狹)’을 사용해 ‘협고’가 맞겠 죠. 더 좁아져야 되기 때문에 광고라는 용어 자체가 지금의 DX 시대에는 잘 맞지 않고 전체 업을 대표할 수 있는 용어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결국 광고에서 협고까지 범위가 넓어진다 는 이야기인데요. DX시대에 고객의 접점이 훨씬 더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이제 우리 업의 역할이 광고 파트너가 아니고 마케팅 파트너로 전환돼야 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그래서 실제로 광고 대행사에서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서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는데요. HS애드는 이러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관련해서 어떻게 대응하고 계신가요?
디지털의 여러 수단과 결합해 통합 캠페인을 진행하기 위해 디지털 조직이 ATL 본부 내에 있고요. 이와는 별개로 여러 회사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 CX)’ 관리 모델 고도화 및 데이터 기반의 UX진단과 설계를 함께하며, 고객이 브랜드를 만나 교감하는 디지털 여정 전반에서 고객을 세밀히 이해하여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역량을 갖춘 CX부문을 별도 조직화 하면서 당사만의 차별적인 경쟁력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소비 문화나 소비 패턴에 더 주목해야 된다고 하셨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요즘 핵심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런 MZ세대들을 관리하고 분석함에 있어서 어떤 부분들이 좀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MZ세대들은 초개인화, 초연결 사회 속에서 소비 트렌드나 패턴 자체가 기성세대하고는 완전히 다른 행태를 보이는데요. 이제는 일방적인 메시지보다 브랜드와 같이 경험하고 놀 수 있게끔 재미를 느끼게 하는 공간이 훨씬 더 중요한 시대입니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핫플레이스에 팝업 스토어가 많이 생기고 있는데, 거기서 물건을 팔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방문한 사람들이 체험하고 나서 영상이나 사진을 계속 업로드 해요. 그러면 전혀 관계없는 다른 사람들이 새로운 연결로 이어 지면서 고객 경험이라고 하는 선순환이 이뤄지게 되거든요. 자발적인 확산이 이뤄진다는 차원에서 MZ세대 대상 타깃팅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고요. 그런 측면에서 커뮤니티 플랫폼이든 오프라인에서의 경험 공간이든 마찬가지로 우리 업의 전문 영역인 기획력과 아이디어가 중요한 것 같아요.
데이터, 오프라인 경험을 통한 커뮤니케이션도 얘기해주셨는데요. 점점 광고회사에서 진행하는 업의 범위가 다양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크리에이티브물을 만들거나 AI나 메타버스 등 애드테크를 활용한 광고들도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광고인들이 더 전문성과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까요?
DX시대의 중요한 무기로서 데이터와 테크는 필요하지만, 데이터와 테크 자체가 본질은 아닙니다. 북미 시장 같은 경우 데이터와 테크가 보편화되어 있어 현재는 크리에이티비티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 전문가로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기획력과 창의성은 여전히 우리의 가장 중요한 무기라고 생각해요. 메타버스가 우리 업계에 중요한 이유는 우리는 브랜드와 사람들을 이어주는 역할이거든요. 메타버스 기획이라든지 브랜드와 타깃들을 연결하는 부분에서 저희의 역할 이 있어야 하겠죠. 우리 업에서의 메타버스는 플랫폼을 기획하고 온라인 소비자들의 경험에 대해 이해하기 위한 관점에서 진행해야 하는 거죠. What이 아니라 Why의 관점에서 왜 메타버스를 하는지 목적성을 가지고, 타깃과 브랜드를 이어주기 위해 우리 업의 관점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광고업계 인재들이 광고주 브랜드 담당자나 IT, 스타트업 쪽으로 많이 이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광고회사들이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차세대 인재 육성을 하기 위해서 광고업계에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저는 이 질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업계 전체가 좀 심도 깊게 성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동안 우리 업의 자존감에 대한 노력이나 전문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어요. 업계 차원에서 보면 자사 이기주의에서 벗어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인력을 스카우트하는 건 언제나 있어 왔어요. 그런데 지금은 사람이 부족하니까 빈자리를 채우는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금전적 보상만을 하고 있는 점은 우려됩니다. 그건 업계 전체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거든요. 각 회사들이 해야 하는 노력은 우리 업의 전문성의 가치를 올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해요. 자존감을 회복시켜주고 우리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해준다든지 내부적으로 독려하는 조직 문화로 바꾸는 게 우선이고 그걸 경쟁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그렇다면 HS애드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첫 번째, 공채 규모를 늘리고 있어요. 규모가 큰 회사일수록 공채를 더 많이 뽑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올해 같은 경우 몇 배 더 채용하고 있어요. 두 번째는 광고회사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회사 한 개 층(약 700평)을 라운지로 다 바꿨어요. 회의실별로 콘셉트를 만들고 라운지 공간도 구역마다 차별화를 두고 조성 했어요. 그리고 7가지 종류의 커피를 언제나 무료로 먹을 수 있고, 와인 셀러를 구비해 업무 시간에 언제나 와인을 먹을 수 있도록 했어요. 세 번째로 일하는 방식에서도 하이브리드 워크라는 제도가 있는데, 개인의 발상을 위한 혼자만의 몰입할 수 있는 효율적인 공간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한강공원, 서점, 카페, 집 등에서 자유롭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선후배 간 수평적인 관계에서 소통이 될 수 있게끔 회사 내부적으로 더 노력하고 있어요. 그다음에 지금까지는 메이저 광고회사들이 직급에 맞춰 연봉을 통보 하거든요. 올해부터 1대1 합의 제도로 바꿨어요. 더 프로페셔널하게 개인의 가치나 성과에 따라서 회사와 연봉을 합의하는데요. 다른 업종보다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자원들이 계속 생겨야 한다고 생각해서 시행했어요. 이 모든 게 우리업의 가치를 올리기 위한 환경이나 개인의 보상, 일하는 방식에 대한 노력이고 여기서 더 진화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모색하고 있습니다.
광고인 스스로도 대표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업에 대한 자부심이 조금 낮아진 상황인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선배로서 한 마디 부탁 드립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클라이언트는 프로덕트 전문가지만 우리는 컨슈머 전문가예요. DX시대의 우리 업은 플레이 그라운드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넓어지고 있거든요. 10년 후에도 결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가장 잘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고 본질인데요. 그 부분에 있어 우리 업 의 전문성의 깊이에 대해서 자존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어떤 업종보다 우리가 그 일을 가장 잘 할 수가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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