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크리에이터, BJ 대도서관 인터뷰] Interview: 대도서관은 알고 있다 Yes, I know My Way.


[콘텐츠 크리에이터, BJ 대도서관 인터뷰]

Interview: 대도서관은 알고 있다 Yes, I know My Way.


1인 미디어의 등장은 어제 오늘의 트렌드가 아니다.

오래전부터 아프리카TV나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며 인기몰이를 하던 개인이 있었다.

지금의 1인 미디어는 예전과는 분명히 다르다. 한때 ‘잉여’들의 놀이 정도로 취급되던 1인 방송은 당당하게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이름을 달고 이 시대의 중심에 서게 됐다.

그리고 그 중심의 한가운데에 이 남자, 대도서관이 있다. 



Interviewer. 공태호 대리 (AE, INNOCEAN Worldwide)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Photograph. Studio 1839




나를 알고 있다


공태호 대리(이하 공): 집에 이런 멋진 스튜디오가 있네요. 이곳에서 매일 방송하시는 거죠?


대도서관(이하 대): 네, 특별한 일 없으면 하루하루 빼놓지 않고 생방송으로 하려고 해요. 


공: 처음 인터넷 방송을 시작하실 땐 그렇게 큰 시장이 아니었을 텐데요. 이 일에 뛰어든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대: 제가 원래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고졸인데도 불구하고 좋은 회사에 잘 들어갔죠. 사내에서 차별이 있거나 하진 않았어요. 오히려 엄청나게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근데 새로운 일에 욕심이 생겨서 회사 내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이랑 신규사업을 하려고 하니까 그때부터는 스펙이 걸림돌이 되더라고요. 해결법은 하나밖에 없었던 거

죠. 저 자신의 브랜드화! 내가 브랜드가 되면 그때부턴 스펙이 별로 중요치 않아요. 그래서 시작한 게 인터넷 방송이에요. 


공: 그렇군요. 처음 방송 시작하실 때는 어떤 분위기였나요? 시청자들의 반응이라든지. 


대: 인터넷 방송하기 전에 잠깐 라디오 방송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반응이 꽤 좋았어요. 사람들이 내 목소리를 좋게 느낀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죠. 그러고 나서 본격적으로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는데, 그곳이 다음팟이었어요. 시작하자마자 일주일도 안 돼서 작 풀린 케이스였죠. 당시에 ‘문명파이브’라는 게임이 인기였는데 그 게임에서 제가 간디한테 핵을 쏘다가 실패하고 망하는 영상이 특히 인기가 많았어요. 그 당시엔 다음팟에 최대 천 명까지 들어올 수 있었는데, 천 명이 꽉 찼을 정도였으니까요. 신기한 건 제 방송 시청자들은 대부분 여성이었어요. 그때 제 별명이 ‘문명중기’였거든요. 


공: 문명중기요? 무슨 뜻인가요?


대: 목소리가 송중기 닮았다고.(웃음) 문명하는 송중기. 전 아니라고 그랬는데도 많은 분이 좋아해주셨어요. 


공: 글쎄요, 송중기는 모르겠지만(웃음). 요즘 ‘유튜브계의 유재석’으로 불리시더라구요. 젠틀한 이미지라서 그런가요? 


대: 아무래도 매너 있게 하다 보니까 여성분들이 많이 좋아해주시긴 해요. 어쨌든 그렇게 해서 1년 정도 트레이닝 했을 때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고서 아프리카로 왔죠. 아프리카에서도 물론 잘됐어요. 하지만 지금 1인 미디어가 잘된 이유는 아프리카보다는 유튜브 덕분이에요. 1인 미디어가 굉장히 주목받던 시기가 1,2년 전이거든요. 유튜브의 개인 비즈니스가 뚫린 시점이 절묘하게 일치해요. 유튜브가 굉장히 대중적인 툴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알아보기 시작하는 거죠. 게임 방송이나 아프리카 TV를 안 보시는 분들도 유튜브를  보고 저를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아프리카 방송을 하고 있었을 때도 저는 일찌감치 유튜브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공: 와, 선견지명이 있으셨네요.


대: 왜냐하면 해외 상황을 알고 있었거든요. 그때 이미 해외는 개인 수익이 뚫려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유튜브 개인 수익이 뚫리자마자 빠르게 시작하고 적응할 수 있었죠. 물론 제가 제일 처음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개인으로서 가장 유의미한 수익을 낼 수 있었어요. 그 다음에 모 케이블 방송에서 수익 공개를 하고, 그 이후부터는 아프리카BJ들도 다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죠. 그러고 나서 개인 유튜버들이 붐 업되고 지금 이 상황에 이르게 된 겁니다. 


공: 갑자기 명성을 얻게 됐잖아요. 스스로한테 찾아오는 부담감은 없었나요? 사람들의 관심에 대해 냉정하게 분석한 것이 있는지요. 


대: 냉정하게 분석한 건 있습니다. 되게 애매한 위치라는 거죠. 지금 저희는 연예인이 아니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일반인이라고 하기도 모호하고, 어떻게 보면 약자에요. 차라리 연예인이면 사람들이 ‘어머, 연예인이다!’ 이렇게 봐주기라도 하는데, “쟤들은 그냥 아프리카 BJ잖아. 지들이 뭐라고?”보통 이런 시선들이 기본적인 거고요. 근데 또 발언에 대한 파워는 생기지 시작한 거예요. 옛날 아프리카 방송이었으면 아무렇지 않게 넘겼을 농담거리도 어떤 한 사람이 심각하게 문제 삼고 공론화하면 거기서 공격받기도 하고요. 


공: 그래서 이곳에 발을 들인 것을 후회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대: 아니요, 후회하진 않아요. 이 일이 저한테 딱 맞는 일인 것 같아요.


공: 처음엔 재미있어하고 자기 스타일대로 하다가 어느 순간 비방이 들어오면 자기 결정을 후회하고 방송을 접기도 하는, 이런 상황들을 종종 봤거든요.


대: 글쎄요, 그만두고 싶다, 이런 차원의 고민은 해본 적이 없고요, 그러고 싶지도 않아요. 저랑 제일 잘 맞는 일이고 이게 제 업인 것 같아요. 근데 말씀대로 여러 가지 의견이 들어온단 말이죠. 꼭 비방만이 아니더라도 뭐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더 했으면 좋겠다. 이러다 보니까 약간 혼란스러울 때가 있죠. 이 사람한테 맞추다 보면 또 다른 사람들이 불만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그 중도를 찾는게 굉장히 힘든 점인 것 같아요. 그건 이제 각자가 풀어가야 할 문제인 것 같아요. 


공: 예전에 ‘와우’가 한창 유행했을 때 아프리카 방송을 잠깐 한 적이 있어요. 실력이 꽤 올라가더라고요. 그때는 시청자라고 해봤자 이백 명, 많으면 오백 명? 그런 상황이었어요. 저는 잘하는 순위에 순위 안에 드니까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이렇게 하는 거라고 얘기하는 방송이었는데, 그 중에 조금 실수가 있으면 누군가가 태클을 걸어오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멘탈이 많이 흔들렸어요. 


“요즘에 예전 아프리카를 모방하는 매체가 많이 생겼어요. 

보고 있으면 아프리카 초창기 모습들이 생각나거든요. 

일단 정해진 거 없고, 검열되지 않고, 욕설, B급 멘트 이런 게 다 되는 상황이니까. 

사실 아프리카에서도 그런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분들도 많잖아요.“



[콘텐츠 크리에이터, BJ 대도서관 인터뷰] Interview: 대도서관은 알고 있다 Yes, I know My Way.



“지금 1인 미디어가 잘된 이유는 아프리카보다는 유튜브 덕분이에요.

1인 미디어가 굉장히 주목받던 시기가 1,2년 전이거든요. 유튜브의 개인 비즈니스가 뚫린 시점이랑 절묘하게 일치해요. 

유튜브가 굉장히 대중적인 틀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알아보기 시작하는 거죠”

  

대: <마리텔>을 예로 들자면요, 연예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바로 그 부분이에요. 첫 번째는 채팅방을 못 봐요. 저는 작년을 대상을 받았기 때문에 본방만 사천 명이거든요. 그리고 중계방이 생기는데, 본방에 사천 명 인원이 다 떠들어도 웬만해선 다 캐치해요. 하지만 연예인 분들은 그런 경험이 없다 보니까 이백 명 정도만 떠들어도 잘 안보이거든요. 거기다가 우리 입장에서는 욕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것들, ‘노잼’이런 얘기하면 연예인들 입장에서는 멘탈이 흔들릴 수밖에요. 그분들은 방송 중에 재미없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공격당하기 시작하면 멘탈이 붕괴하는 거죠. 


공: 멘탈은 확실히 위시겠네요. 연예인들보다는요. 


대: 그건 맞아요. 어떻게 보면 생방송에서도 BJ들이 나을 수도 있어요. 생방송은 연예인들도 힘들어하는 부분인데, 오히려 생방송을 애드리브로 한두 시간 이끌어갈 수 있는 BJ들이 꽤 많거든요. 




법을 알고 있다


공: 요즘엔 예전 아프리카를 모방하는 매체가 많이 생겼어요. 보고 있으면 아프리카 초창기 모습들이 생각나거든요. 일단 정해진 거 없고, 검열되지 않고, 욕설, B급 멘트 이런 게 다 되는 상황이니까. 사실 아프리카에서는 그런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분들도 많잖아요. 예를 들어 BJ 철구나 지코는 그 중간 어디쯤이긴 하지만. 그런 걸 보면 무슨 생각이 드세요? 그런 곳과 차별화하기 위해서 스스로 원칙을 세운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해요.


대: 제가 인터넷 방송을 처음 시작할 때가 딱 그런 상황이었어요. 사람들 머릿속에는 인터넷 방송이 ‘선정적이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죠. 욕설 아니면 이상한 짓들이 많던 상황이었고, 실제로도 처음에는 그런 사람들이 제일 인기가 많았어요. 저는 그때 역벤치마킹을 했거든요. 나는 그러지 않고 적절하게 매너 있고 위트 있고 젠틀하게 하자. 거기에 웃음이 있다면 사람들은 나중엔 나를 훨씬 더 좋아하게 될거고 또 이것이 대중화가 된다면 내가 더 파워풀해질 거라고요. 원래 성격도 좀 그렇고요. 욕 안 하고 누구한테나 존댓말을 쓰거든요.


공: 아프리카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유형의 BJ이긴 해요. 


대: 아프리카 쪽에서도 저를 신기하게 보세요. 기존에 없던 유형인데 잘된 케이스거든요. 아프리카 방송 보시면 알겠지만, 원래 채팅방에 매니저가 있어야 하잖아요. 근데 제 방에는 매니저가 없어요. 없는데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에서 제일 깨끗한 채팅방이라고 인정하세요. 그런 부분들은 확실히 저의 차별점이죠. 하지만 욕하는 방송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공: 본인의 원래 성격과 지금 방송하는 스타일이 잘 맞아떨어진다는 말씀이시군요. 실제 방 정리는 잘 안 하시는 타입이라고 그러셨는데 방송은 깔끔하게 정리 잘하시지 않나요?(웃음)


대: 깔끔하게 정리한다기보다는 다른 사람보다는 진행력이 더 있는 케이스인 것 같아요, 그리고 스토리텔링을 굉장히 중요시해요. 


공: 저도 보면서 느꼈던 게 콘텐츠에 깊이가 있더라고요. 보통 BJ분들은 처음에 방송 들어오면 시청자 참여 이벤트라고 해서 거의 사다리 타기 많이 하잖아요. 혹시 방송을 위해서 따로 준비해두는 것이 있나요? 아니면 레퍼런스를 보시거나?


대: 그렇지는 않고요. 미리 해본다는 건 없어요. 맞닥뜨렸을 때 순수한 애드리브와 그때 상황들을 통해서 스토리텔링을 바로 만들어서 하거든요. 그럼 부분들이 제 특기인 거고, 하루에 네 시간씩 생방송을 진행하다 보니까 어느 정도 익숙해진 거죠. 지금도 트레이닝 중이에요. 


공: 새로운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으시나요? 보니까 진열장에 책이 굉장히 다양한데요.


대: 원래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었어요. 만화책도 그렇고, 옛날에 백수 시절에는 영화랑 책에 빠져 살았죠. 하루에 영화를 5편 정도 본적도 있어요. 요즘도 영화를 한번 보기 시작하면 하루도 세 편씩도 보거든요. 그리고 광고를 좋아해요. 잘 만들어진 광고를 많이 보면서 거기에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얻어요.


공: 콘텐츠를 생각하실 때 특별히 참고하시는 매체가 있나요? 영화나 광고를 말씀해주셨지만 그때그때 바로 찾아봐야 할 때라든지.


대: 굳이 따지자면 인터넷이죠. 지금은 아무래도 ‘노하우’의 시대보다는 ‘노웨어’의 시대잖아요. 정보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것도 굉장한 능력이기 때문에 저는 뭐 하나 궁금한 게 생기면 인터넷으로 끝까지 파고들어서 찾아봐요. 예를 들어서 제가 요즘 <고담>이라는 미드를 보거든요. IPTV로 보면서 궁금해지기 시작하면 거기에 나오는 모든 것을 다 찾아보는 거예요. 


공: 끝없는 관심이 가장 큰 레퍼런스가 되고 아이디어가 된다는 말씀이시네요. 


대: 네. 그리고 저는 게임 방송을 하긴 해도 게임 BJ는 아니거든요. 저 자신을 엔터테인먼트 BJ라고 생각해요. 사실 게임은 하나의 콘텐츠일 뿐이고 그걸 가지고 예능을 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제 방송은 여성 시청자분들이 많아요. 게임을 소재로 저만의 예능을 만들어내고 저만의 스토리텔링을 하고, 그렇게 계속해서 풀어갈 제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길을 알고 있다


공: <Life is Orange> 이번 호 키워드가 스마트 기기에 최적화된 일상의 ‘재구성’이에요. 이 뜻이 뭐냐면,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다 보니까 콘텐츠가 새롭게 스마트폰에 맞춰서 재편되고 있는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는 거죠. 


대: 네,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에요. 


공: 그런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의 중심에 서신 분이 대도서관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1인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대표로서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보시고 어떻게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대: 3G시대까지만 하더라도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하는 건 웹 서핑 정도였어요. 그런데 4G시대가 되면서 사람들이 동영상을 더 많이 보기 시작했어요. 아프리카 시청자만 하더라도 지금 지금 70%이상이 모바일 시청자예요. 유튜브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다 보니 모바일 관련 콘텐츠가 정말 중요해졌어요. 화면에 어떻게 보일지가 관건이에요. 그걸 생각 안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거든요. 모바일에서는 화면이 복잡한 것보다 좀 더 심플하게 맞춰가는 작업들이 필요하죠. 특히 영상 올릴 때 섬네일 화면이 그래요. 다른 무엇보다 눈에 확 띄는 텍스트가 있어야 잘될 확률이 높아요. 그런 부분을 포함해서 영상 제작할 때부터 특별히 신경 써야 하죠.


공:혹시 이 시장이 더 커질 거라고 예측하시나요. 어떻게 변할 것 같다고 생각하시나요?

대: 제가 늘 얘기하는 거지만 이 시장은 커지는 게 아니에요. 그냥 흐르는 거죠. 자연스러운 흐름이기 때문에 없어질 분야가 절대 아니에요. 예를 들어볼까요? 게임 좋아하시니까 잘 아시겠지만 롤은 온게임넷에서 많이 해주잖아요.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돈을 제일 많이 버는 게임은 온게임넷에서는 안 해줘요. 그럼 그걸 누가 해줘야 하는 거냐, 개인 미디어인 거죠. 그게 저희인 거고요. 결국 사람들의 취미와 관심사가 점점 다양해지기 때문에 기존의 미디어를, 지상파나 케이블 몇백 개의 채널에서도 감당이 안되는 거예요. 만들기에는 제작비가 부족하고, 그러니 저예산으로 만들 수 있는 1인 미디어들이 당연히 커질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저는 자연스러운 흐름이기 때문에 지상파, 케이블, 1인 미디어가 같이 커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 시장은 커지는 게 아니에요. 그냥 흐르는 거죠. 자연스러운 흐름이기 때문에 없어질 분야가 절대 아니에요. ”

 

공: 요즘 보면 1인 미디어에 뛰어드는 분들 정말 많잖아요. 게임 말고도 뷰티나 일상, 취미, 시사, 교양 이런 쪽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이상적인 분야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대: 유튜브를 중점으로 보자면 가장 각광받는 것은 키즈예요. 어린 아이를 잡아야 해요. 조회수가 많이 나오고 구독자가 많은 채널은 다 어린아이 대상이에요. 유튜브에서는 <무한도전>보다도 <뽀로로>채널을 훨씬 많이 보시는 거 아시죠? 그리고 아이들은 반복적으로 봐요. 광고하시는 분들은 그런 부분에 속으시면 안되는 게, 조회수 많고 구독자가 많으니까 저기다가 광고하면 잘되겠다 하는데 사실은 그게 아닌 거죠. 진짜 어린애들밖에 안 보는 거니까요.


공: 맞아요. 저도 아이가 있어서 얼마 전에 뽀로로 채널을 같이 봤는데 거기 댓글이 정말 가관이더라고요. 애들이 기분 좋아서 키보드를 쾅쾅 두드린 게 그대로 댓글에 달려 올라온 거예요.(웃음)


대: 아마 10년 후에는 주부들이 1인 미디어의 핵심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주부들이 가진 육아, 요리, 청소 정리, 부동산 정보들이 상당하거든요. 또 개인 커뮤니티를 갖고 있고 동네 모임도 많고요. 관계도 굉장히 긴밀하고 컬래버레이션도 간단히 이뤄지죠. 물론 최상위는 스타성 있는 크리에이터들이 차지하겠지만 전체적인 롤만 보면 주부층이 아마 유튜브에서 큰 파워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공: 새로운 BJ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그들한테 요구되는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대: 일단 1인 미디어를 두 개로 나눠서 생각해야 해요. 아프리카형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나로 보고 유튜브형 편집 서비스를 하나로 보는거죠. 이 두개를 동시에 얘기하다 보면 헷갈릴 수 있거든요. 유튜브 쪽은 정말 꾸준한 게 제일 중요해요. 매일 한 편씩 올리는 것, 그러려면 기획력이 필요하겠?. 매일 올릴 게 있어야 올리는 거잖아요.


공: 한번 대박보다는 꾸준함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대: 그렇죠. 누구나 대박 콘텐츠 하나씩은 다 갖고 있어요. ‘이야~ 이거 올리면 대박이겠는데....’하면서 그걸 올린 다음 할 게 없는 거죠. 사람들은 그 다음 걸 기대하고 보러 왔는데 새로운 게 없으면 오히려 더 안 좋아질 수 있어요.



그래서, 나는 알고 있다


공: 요즘 BJ분들 보면 콘텐츠 올릴 때 자막편집을 다 해서 올리더라고요. 매니저분을 시키거나 아는 사람에게 부탁하거나, 알바를 주는 식이요. 저는 그 시장도 크고 있는 것 같거든요. 


대: 사실 이 1인 미디어 시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도 그렇지만 제작 크리에이터예요. 지금 인력이 굉장히 부족하거든요. 그 인력들을 키워나가야 하는 게 맞죠. 


공: 혹시 지금 준비하시는 큰 그림도 그와 관련된 건가요?


대: 제가 이번에 ‘엉클대도’라는 주식회사를 만들었어요. 이 회사를 가지고 MCN을 만들겠다는 건 아니고요. 저랑 제 아내만 회사에 있고, 말씀드린 제작 크리에이터들을 더 활성화할 거예요. 저희가 개인 크리에이터로서 어디까지 더 나아갈 수 있는지 일단 키즈 크리에이터부터 시작하려고요. 키즈는 언어가 필요 없는 콘텐츠이거든요. 제가 영어를 잘 못하지만 유튜브를 하다 보면 국내시장이 너무 작다고 느낍니다. 글로벌을 타깃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언어가 필요 없는 콘텐츠적인 키즈 분야로 글로벌 진출을 시도할 생각입니다.


공: 인터뷰하는 동안 처음으로 윰댕님에 관한 말씀을 하셨는데요. 두 분이 결혼하시고 함께 생활하시게 되면서 업무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서로 도움 되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대: 맞아요. 저희 둘은 시너지 효과가 좋은 편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광고주분들께서 둘을 같이 캐스팅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아요. 1인 미디어를 쓸 때 가장 생각해야 할 것이 저희를 기존 연예인들처럼 그냥 광고에 넣어버리면 아무 효과가 없다는 거예요. 저흰 연예인들처럼 인지도가 높은 것도 아니라서요. 1인 크리에이터들한테 광고를 맡긴다는 건 그들의 기획력과 개성까지 같이 사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너희가 광고를 기획해봐라’하는 게 맞는 거죠. 그렇게 했을 때 광고주분들 반응도 좋고 시청자분들 반응도 좋은 것 같아요.


공: 크리에이터로서 많은 얘기를 해주셨지만 그래도 대도서관님의 대표성은 게임 장르에 있다고 생각하는데요.혹시 다음에 기대하시는 게임이나 콘텐츠로 만들어보실 게임은 어떤 건가요? 


대: 제가 항상 주목하는 게임은 인디 게임이에요. 소규모 제작자가 만들고 약간 모자라고 엉성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개입할 여지가 많은 게임이요. 사실은 대작 게임이냐 아니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올해 최고의 게임으로 꼽는 게임은 ‘모스트럼’이에요. 스토리는 심플해요. 거대한 유조선 안에서 탈출하는 게임이에요. 문제는 게임을 할 때마다 판이 달라져요. 원래 공포게임이라는 게 어디서 뭐가 나타날지 알면 그때부터 무섭지가 않거든요. 그런데 이건 매번 배 구조가 달라지고 아이템 위치가 달라지고 나오는 몬스터 종류가 달라지기 때문에 할 때마다 무서워요. 이런게 정말 좋은 게임이고 사람들이 훨씬 더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게임이죠. 


공: 진열장에서 반짝이고 있는 아프리카 방송대상 트로피에 자꾸 눈이 가게 되는데요. 마지막 질문은 이걸로 하고 마무리할게요. 대상을 받기 전과 후 대도서관님 삶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요?


대: 받고 싶던 상 중의 하나였고 올해는 유튜브 구독자가 백만 명이 넘었으니까 유튜브 골드버튼을 받게 되겠죠. 유튜브랑 아프리카에서 각각 하나씩 받아서 더 좋은 것 같아요. 이렇게 찾아와주신 분들께 보여드릴 것도 되고, 어떻게 보면 대단한 건 아닐 수도 있는데 제겐 참 의미 있는 상이에요. 사실 아프리카방송대상에는 슬픈 전설이 있어요. 저걸 받고 나면 망한다고 하는.(웃음) 대상 받고 나서 잘 안되신 분들이 많은데 제가 유일하게 잘됐다고 하더라고요. 참 감사한 일이죠.



대도서관(나동현)

특유의 입담과 젠틀함으로 ‘유튜브계의 유재석’으로 불리며 구독자수 110만 명을 거느린 1인 크리에이터.

대기업을 그만두고 과감히 인터넷 방송에 뛰어든 인물로도 유명하다.

지금은 인터넷 방송과 TV방송, 라디오 등 다양한 매체에서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Posted by 크리에이티브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Arthur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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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존경해 2017.12.13 01:06 Address Modify/Delete Reply

    와우 이제서야 봤는데 역시 대도님ㅋㅋ 본받고싶은 분이네요!!



만나고 싶었습니다

KBS2<1박2일> 유호진PD & MBC<무한도전> 김태호PD 인터뷰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광고1번지 편집팀입니다. 2015년 업프런트 행사를 통해서 이렇게 유명하신 두 분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각각 KBS, MBC 대표 예능프로 그램을 맡고 계신데 이전에도 서로 만나신 적이 있나요?


모두: 아뇨 없어요. 말로만 듣다가 만나서 반갑습니다.




<1박2일>과 <무한도전>은 간판 예능이기도 하지만, 야외에서 하루종일 촬영한다는 공통점도 있네요. 두 분 모두 이번주 녹화를 앞두고 있어서 오늘도 많이 바쁘실텐데요. 한 번 나가실때마다 준비가 굉장하실 것 같은데요.


1박2일 유호진PD: 출연진과 매니저, 스태프 등등 녹화 때마다 꽤 많은 인원이 함께 합니다. 그래도 <1박2일>은 여행지를 방문하고 촬영한다는 큰 포맷은 동일한 편이라 어느 정도는 예측되는 규모가 있는 편인데, <무한도전>은 미션에 따라서 스케일이 매우 커지는 경우가 있어서 그럴 때 고생이 많으실 것 같 습니다.


무한도전 김태호PD: <무한도전>은 미션 종류가 다양하다보니까 녹화 스케일도 그때그때 다릅니다. 많은 사람들과 여러 장소에서 녹화할 때도 있지만, 주제에 따라 소규모로 촬영을 진행할 때도 있어서, 녹화 때마다 항상 움직이는 <1박2일>이 더 고생이 많으시죠.




사랑받는 버라이어티 예능인 만큼, 캐릭터들의 미묘한 관계가 매력포인트일 것 같은데요, 함께하는 멤버들의 캐릭터를 신체의 일부에 비유해서 소개해주세요.


1박2일 유호진PD: 재미있는 질문입니다. 

차태현 - 두뇌, 제작진의 의도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멤버. 반발 혹은 협력, 또는 제3의 길을 뒤에서 설계하는 숨은 조종자. 슬쩍 던지는 제안과 엄청난 리액션으로 다른 멤버들이 갈 길을 리드해 나가는 사실상의 MC. 

김주혁 - 심장, 멤버들의 단합과 우정을 지켜내는 핵심적인 큰형. 태생적인 따뜻함과 공평함이 있어서 프로그램이 인간적으로 보이게 하는 멤버. 체온이 필요한 특집에서 강점을 발휘하는 사람. 

데프콘 - 간, 제작진의 모든 악행을 받아들이는 침묵의 장기. 재미를 위해서라면 많은 걸 포기하며 <근심돼지>라는 전무한 캐릭터를 확보함. 말없이 프로그램의 어려운 점들을 받아들이고 해결하는 근면한 멤버. 

김준호 - 손발, 결국 모든 웃음의 실행자. 폭소의 알파와 오메가.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얍쓰. 예능을 예능답게 만들어내는 최종적인 역할을 맡은 골잡이.

김종민 : 뇌하수체, 얼핏봐서는 정확한 존재나 역할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결국 호르몬 몇 방울로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엄청난 존재. 그의 미묘한 행동들이 늘 나비 효과를 일으키는 수수께끼의 예능감을 가짐. 8년간 <1박 2일>의 연속성을 유지하게 한 유일한 원년 멤버이며 프로그램의 성장과 부침을 지켜본 핵 속의 핵. 

정준영 - 얼굴, 사차원이면서도 예의바르고, 꾀 많은데 허당인 다양한 표정을 가진 멤버. 시즌 3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고 멤버들에게 흐뭇함을 주는 프로그램의 간판이자 얼굴


무한도전 김태호PD: <무한도전>은 이렇게 볼 수 있겠네요. 

유재석 - <무한도전>의 심장이고 근육이자 피부이며 혈액 <무한도전>은 유재석씨의 존재감이 큰 프로그램입니다. 다른 멤버들에 비해 중요성이나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정형돈 - 팔꿈치 

정준하 - 발뒤꿈치 

하하 - 코털 

박명수 - ...귀지?(웃음)

다른 멤버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몸에는 꼭 필요하지만 어디에 쓰는 건지 정확한 쓸모는 알 수 없는 그런 부분이죠. 의아한 부분이지만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편집자주: 귀지는 불순물이 아니라, 외이도 표면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고 먼지나 세균이 고막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귀건강에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자주 파내면 더 증가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들어보니까 프로그램의 색깔을 더 확실히 알 수 있네요. 프로그램 각각에 대해서도 자세한 질문을 드릴게요. 먼저 <1박2일>은 예능 만큼이나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도 많은데요, 장소는 어떻게 선정하시나요? 


1박2일 유호진PD: 예전에는 명승지, 지리적으로 의미있는 독도나 땅끝, 지리산 등이 주요 무대가 되었지만, 이제 전국에 거의 대부분 지역을 가봤기 때문에, 먼저 여행의 컨셉을 정하고 알맞은 장소가 있을지를 찾아보는 편입니다. 금연을 주제로 잡았다면 담배 안파는 섬 “증도”로 가고, 수학여행을 주제로 잡았다면 좋은 사찰이 있는 “영주”를 가고... 이런 식입니다.






장소 선정 기준이 컨셉으로 변한 것이군요. 한편 <무한도전>은 매회가 특집같은 프로그램인데요,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고 기획하시는지요?


무한도전 김태호PD: <무한도전>은 아이템 범주가 정해져 있지 않은 점이 특징인데요. 아이디어는 제작진이 함께 고민하는데, 일부러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한다기 보다는 가장 시의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선정해서 가장 어울리는 컨셉으로 변형시키고 있습니다. 너무 새로운 것을 가져오면, 시청자분들이 참신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생경하다고 느끼시는 것 같고, 실제로 공통관심사가 큰 소재일수록 이슈도 많이 되고 있습니다. 




<무한도전>이 사랑받는 이유는 시의성을 바탕으로 한 참신함에 있었군요. 또 <무한도전> 하면 떠오르는 것이 센스넘치는 자막인데요, 10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자막 센스의 비결이 있을까요? 


무한도전 김태호PD: 우선, 자막은 제가 혼자하는 것이 아닙니다. 분량이 많기 때문에 후배들이 나눠서 쓰고, 저는 감정적인 부분 이나 전체적인 통일성을 봅니다.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화자는 1명이어야 하기 때문이죠. 사실 자막은 지루하고 힘든 부분입니다. 말하는 것을 그대로 옮겨적는 것은 수동적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시청자의 몰입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다가 궁서 자막/중의적 자막/자막을 이용한 패러디 등을 시도했는데 반응이 좋아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PD님과 후학(?)들의 활약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었군요. <1박2일>도 재미있는 자막을 많이 사용하시지만, 무엇보다도 변함없는 매력포인트인 복불복 게임을 빼놓을 수 없죠. 새로운 복불복에 대한 계획이 있으시면 살짝 공개해주세요.


1박2일 유호진PD: 사실 늘 새로운 음료와 먹거리를 테스트 중입니다만, 역시 구관이 명관이라 하던 메뉴를 능가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뭔가 아시는 정보가 있으면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도저히 먹을 수가 없는데 몸에 좋다고 하더라든가.




입에 쓴 음식이 몸에는 좋다는데 백방으로 알아 봐야겠군요. 간접광고(PPL)도 많이 활용하고 있는데요, 각자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간접광고(PPL) 아이템을 추천해주신 다면 뭐가 있을까요? 


1박2일 유호진PD: 건강식품? 상비의약품? 지금 하고 있는 브랜드들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여행 프로그램이다 보니 즉석식품, 카메라, 아웃도어 의류, 자동차 등등이 많은데 모두 감사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대한민국> 자체를 PPL 해본다면 굉장히 보람있을것 같습니다. 뭔가 해외로 나가서 세일즈를 해본다든가. 스스로 얼치기 <대한민국 관광 전문가>를 자처하면서.(웃음) 


무한도전 김태호PD: 어떻게 보면 간접광고도 저희 프로그램에는 도전 과제 입니다. 그동안은 음료나 자동차 위주의 접근하기 쉬운 아이템들을 활용했는데요. 자주 나오는 간접광고(PPL)의 틀을 깨는 것도 또 하나의 숙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혀 안 어울리는... 예를 들어 여성용품? 등도 참신할 것 같습니다. 필요한 항목은 직접 요청하기도 하니까요, 광고는 물론 간접광고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박2일> 그리고 <무한도전>에 대해 계획하고 계신 부분이 많으시네요. 혹시 언젠가 연출해보고 싶은 프로 그램이 있다면 어떤 종류인가요? 


1박2일 유호진PD: 음악프로그램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그게 어떤 건지는 계속 바뀌고 있지만, 일단은 음악 프로그램입니다. ㅎㅎㅎ 좋은 가수는 많으니, 좋은 프로듀서, 싱어송라이터가 발굴되고 성장할 수 있는 음악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무한도전 김태호PD: 가능한 모든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죠. 프로그램들을 볼때마다 ‘저거 먼저 해봤으면 좋았을걸’하는 프로그램들이 참 많습니다. <무한도전>을 통해서도 해본 것이 많긴 합니다. <무한도전>은 2008년부터 예능이라는 큰 틀 안에서 어떤 포맷을 할 수 있을까를 계속 시험해보고 있는 중입니다. 멤버들이 못할 것이 분명한데도 이것저것 시켜 보기도 하고요.




두분 모두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도, PD로서의 열정도 가득하시네요. 그런데 유호진 PD님은 싱글이신 것으로 아는데 이상형이 어떻게 되시나요? 


1박2일 유호진PD: 헐. 꼭 말해야 하나요... 피부가 희고, 몸 담으신 회사에서 평판이 좋고, 다큐멘터리와 SF 좋아하는 여자분이 이상형입니다(웃음). 




새 복불복 아이템과 함께, PD님의 이상형도 저희가 백방으로 수소문해보겠습니다. 김태호 PD님은 싱글이 아니시니 이상형 보다는... 여가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시는 지요? 


무한도전 김태호PD: 글쎄요. <무한도전> 이외에는 거의 딴 것을 못하는 것 같습니다. 눈뜨고 감을 때까지 대부분의 것들이 <무한도전>하고 연관되어 있어요. 저에게는 큰 두려움이기도 한 부분입니다. 리프레시하는 시간을 가져야할 것 같습니다.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PD님들에게 <1박2일>이란, <무한도전>이란 무엇인가요? 


1박2일 유호진PD: 운명...인 것 같습니다. 입사 전에 TV 잘 안봤는데, 우연히 TV에서 “정말 이상한 프로그램이 있네... 왜 촬영 중에 도망을 가지?”라고 생각했었던게 기억납니다. 소 닭 보듯 했지만, 한편으로는 신기해보였던 프로그램에 엉겁결에 끌려들어가서, 평생 한번도 생각해본적 없었던 인생을 살게 됐습니다. 남을 웃기겠다 생각했던 적도 없고, TV에 나오겠다 생각한 적도 없고, 버라이어티쇼를 만들겠다고 생각한 적은 더욱 없고... 뭐 그랬는데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와서 이젠 많은게 기정사실이 됐습니다. <1박 2일>을 떼고 제 2말3초를 정의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운명...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무한도전 김태호PD: 가장 큰 도전이자 기회였고, 가장 큰 가르침을 준 스승인 것 같습니다. <무한도전>을 기획하고 이끌어 오면서 <무한도전> 안에서 우리가 얼마나 성장해왔는지를 보았기 때문이죠. 저에게는 어쩌면 교육의 연장이고 학교 같은 프로그램입니다.




오늘 이렇게 시간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프로그램 부탁드립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KBS2<1박2일> & MBC<무한도전> 많이 사랑해주세요.



Posted by 크리에이티브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Arthur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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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ㄴㅌ 2016.02.02 22:16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란 주옥같은 인터뷰가 있을줄은.. ㄷㄷ

KOBACO 대담

KBS <황정민의 FM대행진> 이충언 PD & MBC <굿모닝FM 전현무입니다> 송명석 PD


“‘오디오 콘텐츠’로서 라디오의 미래는 밝습니다” 


<황정민의 FM대행진> 연출을 맡고 있는 이충언 PD는 곰PD라는 예명으로 디지털싱글 ‘내일의 추억’, 정규 1집 ‘곰PD와 절묘한 친구들’을 발표하는 등 음악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는 뮤지션이다. <굿모닝FM 전현무입니다>를 연출하고 있는 송명석 PD도 브라이언 송이란 이름으로 작곡가 서정진과 그룹 포이트리를 결성, 데뷔 앨범 ‘사랑해, 희망없이’를 발표한 뮤지션. 같은 대학에서 선후배로 밴드활동을 같이 한 두 사람이 지금은 각 방송사에서 청취율이 가장 높은 프로그램, 더구나 같은 시간대의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경쟁자이기도 한 것. 특별한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는 그들이 만나 나눈 라디오의 매력, 청취자들과의 소통방법, 그리고 라디오의 미래.


·진행: 마케팅리서치팀 2파트 정은교 전문위원

·사진: 인디고 정동석실장 ·장소협찬: 플로르떼florte



두 분은 개인 앨범을 낸 가수이자, 라디오 PD라는 특이한 공통 점이 있습니다. 거기다 두 분이 맡고 있는 음악 프로그램은 각기 방송사 에서 가장 청취율이 높은 프로그램 중 하나이구요, 같은 시간대에 방송 되는 경쟁 프로그램의 담당이기도 하구요. 특별한 인연인데요. 담당한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시고, 상대의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간단한 코멘트를 부탁합니다.


송명석 <굿모닝FM 전현무입니다(이하 굿모닝FM)>는 기존의 정보 위주의 딱딱한 포맷에서 탈피, 유머 코드를 강화하여 예능적인 느낌으로 제작하는 아침 정보프로그램인데요. 전현무씨가 DJ를 맡으면서 많은 부분의 변화가 있었어요. 아침 프로그램은 자사 아나운서를 DJ로 기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아나운서가 아닌 다른 사람을 기용한다는 자체가 그 사람한테 기대하는 바가 컸다는 거거든요. 전현무씨한테 기대하는 것은 예능 쪽으로 더 가라는 거였죠. 지금 처음 의도대로 맞게 잘가고 있구요. <굿모닝 FM>은 청취자들과의 전현무식 특급 소통으로 유명한데요. 이외에도 재밌고 알찬 코너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DJ 전현무가 모닝콜을 자처하며 청취자들을 깨우는 ‘범국민 지각 방지 프로젝트, 기상!’과 어려운 뉴스 기사를 쉽고 재밌게 풀어주는 ‘주관 뉴스’, 본격적으로 맞춤 선곡 쇼 ‘아침과 음악 사이, 아.사’ 등이 있구요. 청취자들의 참여로 이뤄지는 ‘퀴즈쇼, 시경과 기상청’ 등이 프로그 램을 더욱 알차게 채워주고 있습니다. 사실 이충언 PD와 저는 대학 선후배였구요. 학교 내 밴드를 같이 하면서 그때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비록 경쟁 방송사의 경쟁 프로그램을 맡고 있지만 이충언 PD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죠. 이충언 PD가 맡고 있는 <황정민의 FM대 행진(이하 FM대행진)>은 최고의 아침 프로그램이죠. 필요한 코너와 정보들, 모든 것들이 다 제자리에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어요. 특히 이충언 PD가 와서 날개를 달았다고 할까요! (웃음)


이충언 (웃음) 날개를 달고 있는 <FM대행진>은 지난 달로 17년이 되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한결같은 목소리와 한결같은 자세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황정민 아나운서께 고마움이 큽니다. 17년 전 시작하면서부터 들은 청취자도 있고 학생 때 팬이었는데 직장생활하면서 한동안 못 듣다가 다시 듣고 있다는 청취자도 있으시구요. 청취자의 폭이 다양한 게 장점입니다. 아침에 필요한 뉴스라든지 청취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퀴즈, 재밌게 들을 수 있는 콩트, 역사상식, 책과 영화와 관련된 내용 등 매거진식 구성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다양한 정보나 재미를 얻을 수 있도록 구성을 하고 있구요. 예능적인 부분은 <굿모닝FM>보다 떨어진 면이 있지만 나름 재미를 주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굿모닝FM>은 점심시간에 제가 옆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동료들조차도 자기네끼리 “오늘 전현무 들었어?”라고 화제로 올릴 만큼 청취율도 잘 나오고 있고 대중들한테 어떡하면 어필할 수 있는지 정말 잘 아는 프로그램인 것 같아요. DJ 스스로가 내가 어떻게 하면 어필할 수 있는지 너무 잘 알고 있죠. 거기다 브라이언 송(송명석 PD의 예명)이 제작을 맡은 이후로 프로그램 성격이나 코너의 기획과 배치, 스태프들의 역할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맞물려가며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프로그램의 시너지가 난다고 할까요! 최고의 프로그램이죠.


두 분 다 앨범을 내고 데뷔를 하기도 해서 음악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음악을 대하는 자세랄까요? 아님 내 프로그램은 좀 달라야한다는 자신감? 감각이 남다를 것 같은데? 본인들 생각은 어떠신가요?


이충언 굉장히 많이 받는 질문인데요. 방송을 만드는 건 일종의 미술관에서 그림을 어떻게 전시할까를 짜는 큐레이터와 비슷한 것 같아요. 큐레이터가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해서 그 미술관에서 하는 전시가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는 것처럼 제가 개인적으로 음악을 한다고 해서 음악프로그램을 하는데 큰 영향이 있는 것 같진 않아요. 물론 도움은 되죠. 큐레이터가 좋은 그림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저변이 넓어 지듯이 같은 음악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방법은 제시할 수 있겠죠. 그리고 음악적인 고민들이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반영이 됩니다. 선곡할 때 이 분위기에서는 어떤 노래가 좋겠다는 곡이 떠오르기도 하구요. 라이브 공연을 할 때 소리를 정교하게 잡는 것도 도움이 되죠. 예전에는 라디오에서 소개하는 음악이 깊이가 있고 대중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음악을 소개했는데, 요즘엔 네티즌들이 저희보다 더 많이 알고 있고,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창구도 다양해져서 사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고민이 많이 되죠. 그래서 차라리 대중적인 음악을 선곡하려고 해요. 대중적으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300곡 안에서 선곡을 한다든지 계절과 시기에 맞춰 음악을 선곡 하는 경우가 많아요. 지금은 음악이 주인인 시대가 아니고 음악은 이 코너와 저 코너를 이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해주는 거죠. 오히려 PD로서의 경험이 제가 음악을 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어요. 제 음악은 대중의 기호를 읽고 나오는 것들이 대부분이에요. 직업상 대중들이 어떤 음악을 원하는지 감이 빠른 편이죠. 작업을 하면서도 이 멜로디는 대중들이 좋아하겠다는 객관적인 평가를 하기도 합니다.


송명석 저도 비슷해요. 음악하는 나랑 연출할 때 나를 분리시키는 거죠. 개인 취향이 들어가면 자칫 질못하면 팟캐스트 방송이 될 위험이 있거든요. 음악을 했다는 것이 직접적인 영향은 없는데 도움이 될 때는 있어요. 혁오밴드 같은 전혀 새로운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을 소개해줄 수도 있구요. 음악을 아는 폭이 넓으니 노래를 이어붙이는 것 같은 특별한 코너를 생각해낼 수도 있죠


본인들이 음악을 하는 분들이라 좋아하는 취향이 있을 것 같은데요. 본인의 음악적 취향과 대중의 취향을 적절히 접목하거나 타협하는 방식은?


송명석 PD 10년차라서 그런 갈등은 이제 넘어선 것 같아요. 


이충언 그런 것을 표출하고 싶어 하는 주니어 PD들에게는 “집에서 혼자 들어라”고 충고하죠. 대중매체는 대중이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감이 딱 오나요? 


송명석 그걸 잘하면 청취율이 오르는 거죠. 청취율이 다 말해줘요.


이충언 대중의 흐름이라는게 특별한게 없어요. 청취자들로부터 문자가 오는 것에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반응하고, 신청곡이 들어오면 그걸 틀어주면 되는 거죠. 결국 그것이 대중의 흐름이거든요. 굉장히 쉬운데 그걸 못하는 PD가 있어요. 자존심 때문인지.... 


요즘 사람들이 라디오를 많이 안 듣는 것에 대한 방송사의 고민이 깊습니다. 두 분이 맡은 프로그램들은 지상파 라디오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인기 높은 프로그램들 입니다. 2시간동안 청취자를 붙잡고 있다는 것, 정말 어려운 일일 것이라는 짐작이 되는데 청취차를 붙잡고 있기 위해서, 청취율을 높이기 위해서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나요? 


송명석 제가 어느 수상소감에서도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그 어떤 매체가 프로그램에 실시간 청취자 반응을 반영할 수 있겠어요? 그 어떤 매체가 청취자 반응에 따라 구성과 내용을 변경할 수 있겠어요? 인터넷 라디오와 팟캐스트가 인기를 얻고, TV가 제공하지 못하는 아날로그적 만족감을 제공하는 등 라디오만의 매력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오디오 콘텐츠’로서 라디오의 미래는 열려 있어요. 물론 그 길을 계속 만들어가야 하는 노력은 필수겠죠.


이충언 과거에는 프로듀서가 프로그램 제작만을 고민하고 담당했다면 현재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방송 후에도 방송 내용이 어떻게 쓸모 있게 가공되고 포장돼 듣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편하게 다가갈지 생각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어요. ‘보고 읽는 라디오’를 실제로 구현하는 것과 같은 구체적인 노력을 하고 있어요. 


‘굿모닝 FM’은 새벽방송인데도 불구하고 공개방송, 청취자 참여 프로그램, 이벤트 등이 많습니다. 쉽지 않은 기획인데요. 어떤 효과를 기대하며, 실제로 어떤 효과가 있었나요? 


송명석 청취자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그들과 직접 만나고 소통하는 이벤트들을 많이 기획했어요, ‘문자쇼 티키티키!’나, ‘이런 건 1등이다!’라든지 직장인들을 위한 짜릿한 일상탈출 프로젝트 ‘반차콘서트’를 통해 33명의 청취자와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도 했구요. ‘안아드림’, ‘찍어 드림’, ‘빠져드림’ 등 기발한 공개 방송을 통해 청취자들과 만남의 시간을 적극적으로 늘려나가고 있어요. ‘정신없는 아침 시간에 과연 청취자들이 찾아올까?’ 하는 우려와 달리 <굿모닝 FM> 공개방송 현장은 청취자들로 북적입니다. 저희도 놀랄 정도죠. 공개방송을 찾아온 팬들은 “아침 프로그램으로는 드물게 공개방송을 진행해 기분이 좋다” “<굿모닝 FM> 덕분에 출근길이 즐거워졌다” 하고 훈훈한 말씀을 많이 해주세요. 물론 품도 많이 들고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청취자들과의 소통에는 큰 효과가 있고, 나름 보람도 느끼고 있구요. 앞으로도 <굿모닝 FM>만의 매력을 가미한 다양한 장기 이벤트들로 특별한 재미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올초에 KBS 라디오는 홈페이지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등 청취자 맞춤 서비스에 큰 공을 들였습니다. 간단하게 변화를 소개해주시고, 그동안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말씀 부 탁드립니다.


이충언 홈페이지에 라디오 매체에 대한 고민과 해결방안이 그대로 담겼다고 보심 되는데요. 근래 들어 TV매체는 편성이 무의미해졌죠. vod로 보고 싶을 때 언제든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라디오 매체는 여전히 편성표대로 가는 올드 매체거든요. 그러다보니 팟캐스트처럼 언제든지 원할 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라는 고민이 있었어요. 라디오 편성팀에서 될만한 프로그램들은 촬영을 해서 라디오 방송을 그대로 유투브나 팟캐스트 서버에 올리는 거죠. 아날로그 라디오를 통해서 듣는 게 아니라 휴대폰이나 인터 넷으로 듣고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와서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거죠. 작년 가을부터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요. 라디오 정규편성 프로그램 이외에도 라디오나 팟캐스트에서 제일 잘 나가는 DJ들을 활용, 제작 진들과 또 다른 콘텐츠를 만들기도 해요. 이런 콘텐츠들이 팟캐스트 채널 안에서 순위가 높아요. 그런 걸 하다 보니 라디오를 하드웨어에서 접하지 못했던 젊은 세대나 바빠서 그 시간에 라디오를 못 듣는 사람들이 새로운 청취자로 유입되는 것을 체감하고 있어요. 콘텐츠들이 서버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SNS 공유하기 버튼 한번만 누르면 카톡에서 친구하고도 공유하고 페이스북에서도 공유가 되다 보니 살아서 움직이는 콘텐츠로 재생산이 되는 거죠. 그러다보니 라디오 PD들은 예전보다 일은 훨씬 많아졌어요. 귀로 듣던 라디오를 보이게 해야 하니까. 그래도 눈에 보이게 청취자들이 늘고 반응이 좋으니까 힘들어도 해요. KBS 공영 라디오 서비스를 디지털 공간으로 더욱 확대했다고 할 수 있어요.


송명석 MBC도 그런 노력들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어요. 그런 노력들을 통해서 라디오 매체의 신규 청취자 유입은 확실히 되는 것 같아요.


이충언 아직까지 모바일까지는 구축이 안되었는데요, 이런 라디오 콘텐츠가 모바일에서도 구현이 된다면 큰 반향이 있을 거라고 기대를 하고 있어요. 지금 그 준비도 하고 있구요. 


두 분이 생각하는 라디오의 매력? 


이충언 생명체처럼 살아 있다는 게 매력이죠. TV는 진짜 상품이에요. 기획자의 의도와 만드는 사람의 재주가 들어가서 완성된 제품을 내놓는다면, 라디오 프로그램은 찰흙으로 본만 떠놓고 당신들 맘대로 해보라고 제공한다고 할 수 있어요. 청취자가 제작진과 같이, 또는 청취자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방송이라는 매력이 굉장히 큽니다. 제작진의 의도나 철학도 중요하지만, 늘 청취자들이 뭘 원할까? 뭘 좋아할까?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거죠. 매일 출근하는 사람들이 어떤 게 필요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뭘 듣고 싶을까? 이런 고민을 하고 그런 걸 살려나가고 있어서 우리 프로그램이 오래가는 비결인 것 같아요. 생방송 중에 보면 사연들이 정말 많이 들어오거든요. 출근시간을 이용해서 듣는 분들이 엄청 많아요. 그리고 필요하면 언제든 저희에게 사연을 보내주세요. 결국 그분들과 같이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주말과 휴일을 제외하곤 일주일 내내 생방송을 고집 합니다. 청취자 사연은 다 수용을 하는 편이에요. 그분들이 참가할 수 있는 아이템을 주는 게 중요하죠. 


송명석 라디오는 인간적이죠. TV나 기타 영상매체 들은 편집을 통해서 잘려진 화면들이 많아요. 꼭 필요한 부분들만 양념치고 다듬어서 포장된 제품을 시청자들은 보게 되는 거죠. 그런데 라디오는 포장을 할 수가 없어요. DJ의 인간성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하구요. 우리가 인간적으로 친해지면 그 사람의 고운 점뿐만 아니라 미운 점까지 보듬고 가듯이 팬이 된 DJ의 미운 점까지도 사랑해주는게 라디오 팬들의 특성인 것 같아요. 팬이 된다면 그것까지 다 포용을 하게 되는 거죠. 사실 TV에서는 안티팬이 많은 진행자들도 라디오에서는 다 무마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인간적인 면을 충분히 보여주기 때문에 진짜 인간적으로 맺어지는 거죠. 


라디오가 청취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방송사나 제작자들이 어떤 노력들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 하시나요? 


이충언 라디오를 모바일 안으로 들여놔야 한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맞게 매체 형식도 변화해야 하고, 콘텐츠도 달라져야 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의 의식이나 태도도 많이 변해야 하겠죠. 디지털 라디오가 되면 이 사람이 뭘 듣고 보는지가 정확하게 나오는 거죠. 모바일에 맞게 모양새가 변해야 합니다. 기술적인 노력도 필요하구요. 라디오를 디지털 영역별로 붙여놓으면 통신이랑 방송이랑 연계해 영업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아질 거구요. 


송명석 각 방송사마다 있는 모바일 디지털 기반을 활용해서 라디오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방법도 많겠죠. 라디오는 스피커가 밖에 달려 있지만 모바일로 전환이 되면 보이는 부분도 강화할 수 있어서, 성향에 맞는 광고들도 더 다양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라디오 제작자로서 방송광고에 대한 의견 한 말씀씩 해주시죠? 


송명석 광고 많이 넣어주세요.(웃음) 


이충언 라디오 광고가 효과가 있으려면 CM송이 중독성이 있는 광고가 유리한 것 같아요. 광고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CM송 만들 때 좀 더 신경을 써주심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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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박진경 PD 인터뷰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주고 다양한 시도를 하겠다는게 기본 원칙입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은 '1인에 의한 방송'의 대표주자다. 생방송과 본방송의 경계를 허물고 지상파에 1인 방송 포맷을 접목시킨 신선한 도전으로 방송이 거듭 될수록 호평을 받고 있다. <마리텔> 생중계 시간이면 프로그램 이름과 출연진의 이름이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권을 장악한다. <마리텔> 수장은 34살 젊은 박진경 PD. 순전히 아이디어와 사람만으로 올해 가장 핫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1인가구가 골라 볼 수 있는 인터넷 방송과 같은 형태가 인기를 얻을 것” 이라며 “공중파 방송도 마니아층 프로로 변화해갈 것” 이라고 예측했다.


인터뷰어_마케팅리서치 2파트 정은교 전문위원



올 들어 가장 핫한 프로그램으로 부상했습니다. 이에 대한 본인 생각은? 

기획할 때부터 ‘안 해본 걸 하자’고 해서 인터넷 문화를 지상파로 가져와야겠다 생각했어요. 인터넷이 생활화된 젊은 층이 좋아할만한 콘텐츠를 가지고 와서 그들이 익숙한 화법을 구사하고,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포맷으로 구성된데다 생방송이 따로 진행되다보니 다른 프로그램이 따라올 수 없는 유리한 부분이 있었고, 그런 부분이 핫하게 보이지 않았나 싶어요. 



콘텐츠 발굴이나 출연자 섭외가 가장 관건일 것 같은데요? 

<마리텔>은 시의성과 이슈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미리 콘텐츠나 출연진을 저장해둘 수가 없어요. 그때그때 시의성이나 이슈에 따라 결정을 하죠.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면서 출연진 쪽에서 먼저 연락해오는 경우도 많아졌구요. <마리텔>은 한번 녹화해서 2주를 방영하기 때문에 두 번만 녹화해도 시청자 입장에선 한 달 내내 보시게 됩니다. 오래 출연하면 비슷한 느낌을 줄 수도 있고, 한 주 빠진다고 해서 절대 못 나온다라는 원칙이 없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도 자유롭죠. 또 순위를 매길 뿐이지, 경쟁시스템을 도입한 게 아니기 때문에 최하위는 탈락해서 나올 수 없다 이런 기준도 없어요. 제작진과 출연진들이 회의를 통해서 이 정도에선 쉬었다 가자, 다음에 들어가자 이런 결정들이 훨씬 자유롭고 편하게 이루어지죠. 지상파의 아이템으로는 굉장히 신선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기획안을 통과시키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그 질문을 참 많이 받는데요. 방송국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새로운 포맷, 새로운 플랫폼에 목말라하죠. 관심들이 많으시구요. 그러다보니 윗분들도 야, 이거 재밌겠다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였어요.



회사의 반응은 어떤가요?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감사하죠. 방송 제작하는 분들에겐 시청률이 가장 큰 스트레스 일텐데요. 이 프로그램은 실시간으로 순위가 매겨지기 때문에 출연진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나요? 그래서 초반부터 규칙 같은 것을 만들지 않았어요. 그런 게 생기면 출연자나 시청자가 순위 자체에 민감해질 수 있고, 그러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방송이 될 수도 있거든요. 지금 순위를 정하는 것도 약간 재미의 요소가 강하죠. 출연진들 한테도 수시로 얘기를 해요. 이건 재미를 위한 시스템일 뿐이고 녹화시 시청률에서 5위를 해도 본방에서는 제일 많은 분량을 가져갈 수 있으니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지는 말라고. 실제로 그런 경우도 많았구요. 



<마리텔>은 생방송과 본방송이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이미 다본 방송을 누가 보겠느냐라는 면에서 처음 에는 고민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런 고민이 있었어요. 생방송보다 본방송이 더 재미있어야 방송이 유지되니까 본방송에 정성을 엄청 기울여요. 녹화는 전반 1시간 30분, 후반 1시간 30분 해서 총 3시간을 합니다. 그럼 5개의 방송국이니 15시간의 방송 분량이 나오죠. 기본적으로 인터넷방송에서는 카메라가 한 대가 설치되는데요, 본 방송때는 4~5대의 카메라가 담는 여러 버전의 화면을 볼 수 있어요. 훨씬 풍성한 화면을 보시는 거죠. 카메라 개수도 추가하고 횡설수설했던 것도 정리하고 음악과 효과음도 넣고 CG도 넣구요. 가장 재밌는 채팅만 골라서 보여주고 있구요. 인터넷 방송은 그냥 재료일 뿐이고, 본방송을 본장으로 생각하고 만들죠. 시청자 입장에선 본인이 인터넷으로 본 장면이 제작진의 손을 거쳐서 어떻게 예능으로 변모하는가를 지켜보는 재미도 큽니다. 채팅창 글도 제일 재밌는 것만 보여주니까 더욱 맘편히 즐기며 볼 수 있는 거죠.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호응을 얻은 출연자를 꼽는 다면? 

종이접기 김영만씨죠. 저도 김영만씨의 종이접기 프로그램을 보면서 자란 세대라 인기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섭외를 하긴 했지만 백종원씨를 꺾을 것이라고는 예상 못했죠. 생각보다 훨씬 더 반응이 뜨거웠어요. 그분이나 저희 제작진에게도 큰 선물이었어요. 



백종원씨와 김영만씨가 특별히 인기가 좋았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젊은 층에게 큰아버지뻘 되는 어른들과 다 털어 놓고 얘기할 기회가 별로 없잖아요. 어른이자 그 분야에서는 최고인 분들과 격의없이 얘기한다는 것에 열광했던 것 같아요. 어렵고 우리랑 코드가 안 맞는 어른으로 생각 했는데, 예상과 달리 엄청 친숙하게 느껴진 거죠. 젊은이들도 어른들과 친숙하게 지내고 싶어 하지만 서로 코드가 안 맞기 때문에 가까이 가지 못할 뿐이죠. 어른들이 오픈된 마인드만 보여준다면 젊은이들은 언제든 다가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기미작가, 모르모트PD가 그렇게 좋은 반향을 이끌어 내리란 걸 예상했나요? 

전혀 안했어요. 당장 음식을 만들었는데 음식에 대해서 말할 사람이 없어서 등 떠밀어 “가서 음식 맛 좀 봐라” 했던게 시작이었죠. 그것이 반복되면서 캐릭터가 생긴 거죠. 물론 일반인들이다보니 훨씬 더 포장을 많이 해줬어요. CG도 그렇고 자막도 그렇고. 우리 프로그램이 출연자 교체가 잦다보니 오히려 제작진들이 고정 출연진이 된 경우인데요. 어떤 예능 프로그램이든 특히 리얼 버라이어티라고 불렸던 프로그램 출연진들은 다들 각자의 캐릭터를 갖고 있는데 그런 것들이 제작진들에게 옮겨 간 거죠. 생소한 출연자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이미 캐릭터가 구축된 제작진이 투입되어 프로그램에 익숙한 느낌을 주기도 하구요. 



그분들도 점점 진화되어가더라구요?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순발력이 좋았어요. 생각지도 못했던 장면들이 나오면서 화제가 되는 식이죠. 낚싯대를 드리우지도 않았는데 물 밖으로 물고기가 알아서 튀어나온 느낌이랄까요. 초반에는 많이 부담스러워 했지만 이젠 그들 스스로 사명감이 생긴 것 같아요. 저로서는 감사할 일이죠.



채팅자막 편집이 재미에 한몫을 하고 있어요? 

기획 단계에서 딴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이 채팅이라 생각했어요. 인터넷 방송을 할 플랫폼을 고민할 때도 이런 점이 고려됐구요. 채팅은 프로그램의 핵심이죠. 채팅 참여자가 패널 역할도 하면서 완전히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 제2의 MC처럼 행동하길 바랐고, 그 부분이 적중했다고 할 수 있어요. 



채팅자막이 중요한 만큼 문제가 생길 여지도 많은데 어떻게 관리를 하나요? 

처음에 가장 염려했던 부분이 어떻게 하면 문제의 여지가 있는 채팅을 걸러 내느냐하는 거였어요. 초반에는 법적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식으로 경고를 많이 했죠. 전체 인터넷 시청자가 만 명이라고 치면 본장이라고 부르는 프로그램안에서 직접 채팅에 참가할 수 있는 인원은 500명으로 제한하고 있어요. 그 이상이 되면 채팅창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니까요. 만 명 중에 500명안에 드는 게 쉽지 않 죠. 500명 안에 들어야 출연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에 채팅자 스스로 조심을 해요. 한 번이라도 헛소리를 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면 잘리게 되니까요. 그러다보니 채팅으로 인한 문제는 거의 없어졌어요. 



제가 알기론 메인 PD 중 가장 젊습니다. PD 생활도 <무한도전> 조연출로 시작해서 바로 <마리텔>이라는 핫한 프로그램의 메인이 되었는데 앞으로의 행보에 너무 이른 성공이 부담되지는 않나요? 

아니요. 전혀 부담은 없어요. 이런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는 게 행운이고, 이런 상황이 감사하죠. 제 후배들도 좋은 기획안만 있으면 저보다 젊은 나이여도 충분히 메인 PD가 될 수 있어요.



트위터를 통해 본인도 시청자들과 끊임없이 소통 하더라구요. 방송 제작자라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울 수도 있는데 어려움은 없나요? 

저는 9살 무렵부터 20년 넘게 인터넷 문화에 젖어 살아왔어요. 그게 너무 일상적인 일이라 지켜야하는 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어요. 두려움도 없구요. 저 같은 경우, 트위터가 생겼을 때부터 가입을 해서 쓰고 있는데 그동안 했던 것을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해서 안하는 것도 이상하구요. PD 박진경 계정이 아니라 개인 박진경 계정으로 소통을 하기 때문에 달라진 것은 없어요. 물론 반응은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오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워낙 인터넷에 능숙한 시청자들이 많아서 그들을 리드해야한다는 고민이 깊겠어요? 

제작진들도 인터넷 하시는 분들 못지않게 젊기도 하고, 아무래도 저희들은 매일 방송만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이라 즐기며 보는 분들보다는 좀 더 연구하고 고민하니까 가능하지 않나 싶어요. 


평소 게임을 즐기나요?

학창시절에 게임을 엄청 많이 했어요. 어머니가 염려하실 정도였는데, 지금에 와선 화면구성이나 스토리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데 게임이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게임제작하시는 분들도 게임하는 사람들을 최대한 몰입시키려는 구성을 하고 요즘 게임이야 말로 영화보다도 더 온갖 엔터테인먼트의 집합체라고 불릴 만큼 규모도 커졌어요.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마리텔>은 아이템이 무궁무진합니다. 

앞으로 어떤 콘텐츠, 출연진을 출연시키고 싶은가요?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것을 하고 싶어요. 네일이라든가 메이크업쪽. 그래서 헤어도 시도를 해본거구요. 방송으로는 그동안 상상하지 못했던 화면을 보여주고 싶어요. 게임 아이템이랑 결합한 부분도 생각하고 있어요. 야외방송도 하고 싶구요. 사실 종이접기를 한 시간 방송으로 내보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15분으로는 충분히 재밌게 만들 수가 있거든요. 그게 <마리텔>의 가장 큰 장점이죠. 그 장점을 최대한 살린 방송을 만들고 싶어요. 



간접광고로는 이런 게 좋을 것 같다 생각한 게 있다면? 

MBC는 KBS처럼 수신료를 받는 게 아니라 전부 광고 수입으로 운영됩니다. 그러다 보니 광고 판매와 간접 광고, 캐릭터 상품 판매가 중요하죠. 시청률이랑 완전히 떼놓고 생각할 순 없지만 조금은 다른 부분이 있는데요. 구매력 있는 2040 세대의 ‘타깃 시청률’도 중요한데, <마리텔>은 파일럿 때부터 이 부분 성적이 전체 시청률에 비해서 좋았어요. 정규 편성이 된 것도 그 때문이죠. 광고가 완판됐거든요. 또한 <마리텔>은 인터넷 에서 생방송을 할 때는 광고에 아무런 제약이 없어요. 인터넷에서는 자연스럽게 노출이 되는 거죠. 생방송때는 동시 접속자가 기본 10만명이에요. 가장 인기있는 방송은 20만명을 찍기도 하고, 들렀다가는 사람들까지 하면 100만명이 넘어요. 예를 들어 음료수 간접 광고의 경우, 본방에는 카메라 노출시간이 길지 않을 수 있는데 인터넷 방송에는 3시간 내내 보여지게 되는 거죠. 광고주 입장에서는 굉장히 매력적인 부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광고주에게 한 말씀? 

2040에 특화된 프로그램이라 광고하시는 분들이 많이 관심을 보여주고 계신데요. 그래서 <마리텔>이 토요일 밤 늦은 시간에 방송되는데도 불구하고 광고가 많이 팔리는 거구요. 프로그램 안으로 들어오는 광고도 많이 생각해주셨음 좋겠습니다.



MBC TV <마이 리틀 텔레비전> PD 박진경

• 방송시간 매주 토요일 밤 11시 15분




Posted by 크리에이티브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Arthur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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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은날 2016.06.08 21:29 Address Modify/Delete Reply

    좋은 정보 잘보고 갑니다


만나고 싶었습니다

EBS <지식채널ⓔ> 황정원 PD 인터뷰


교양 프로그램 최초로 스핀오프(spin-off)를 탄생시켰던 EBS <지식채널ⓔ>가 올해로 10주년을 맞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피고지는 와중에도 변함없이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비결은 무엇인지, 광고1번지 편집팀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황정원 PD님. 이렇게 광고1번지를 통해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우선 광고1번지 독자 여러분들을 위해서 PD님과 EBS <지식채널ⓔ>에 대해 간단 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EBS <지식채널ⓔ> 연출을 맡고 있는 황정원 PD입니다. <지식채널ⓔ>는 5분이라는 시간 동안 세상의 모든 지식에 대해, 폭넓은 취재와 깊이 있는 사유를 거쳐,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 해온 단편 다큐멘터리입니다. 2005년 9월 첫 방송을 시작해서, 올해로 벌써 10주년을 맞습니다. 지난 10년간 9명의 PD와 14명의 AD, 24명의 작가가 1,250여 편의 <지식채널ⓔ>를 만들어 왔습니다. 저는 작년 초부터 연출을 맡아왔고, <지식채널ⓔ>를 연출하기 전에는 주로 EBS <다큐프라임>을 연출했습니다.



<지식채널ⓔ>의 기획의도는 무엇인가요? 프로그램을 통해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나 지향하는 방향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5분이라는 방송 시간은 지금은 짧은 시간이 아닐 수도 있지만, 2005년 첫 방송 당시에는 단일 프로그램, 특히 다큐멘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굉장히 짧은 방송 시간이었어요. 바쁜 하루 중 단 5분이라도, 생각의 쉼표를 갖자는 의미로 기획된 프로그램이 <지식채널ⓔ>입니다. 또한 그것이 단순한 상념이나 단편적 지식의 축적으로 끝나기보다는, 서로에 대한, 사람과 사회에 대한 관심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프로그램을 제작해왔습니다. <지식채널ⓔ>는 아무래도 프로그램의 젊고 감각적인 특성상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젊은 시청자층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고요, ‘젊은’ 교사 분들 중심으로 학교 교육 현장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면서, 어린 학생 시청자층도 점점 두터워지고 있습니다. 물론 ‘젊다’라는 것은 단순히 생물학적 나이가 아니라, 감성적인 면이 그 기준이겠지요.



<지식채널ⓔ>는 짧지만 깊이 있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주제 선정이나 자료 수집은 어렵지 않으신지요? 기획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10년간 1200편이 넘는 프로그램이 방송되었어요. ‘아직도 할 게 남았느냐’라는 질문을 종종 받기도 합니다. 물론입니다. 우리는 계속 살아가고 있고, 세상은 계속 바뀌고 있으니까요. 지난 10년 동안 <지식채널ⓔ>가 고집해온 대주제는 ‘상식’이라는 단어 하나로 수렴될 수 있다고 봐요. 다만 그 상식을, 시대의 흐름에 맞게 어떤 소재와 방식으로 이야기할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 해온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첫 단계인 아이템 선정이 가장 흥미로우면서도 어렵고요, 작가의 개성이 빛을 발하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아이템이 선정되면, 모든 작가와 PD, AD가 함께 구성 방향에 대해 고민합니다. 물론 결국 선택은 담당 작가와 PD, AD의 몫이지만, 함께 논의하는 과정 속에서 개인의 수준을 뛰어 넘는 그 무엇을 항상 발견하게 됩니다. 일종의 공동 창작 시스템인 거죠. 지난 10년간 1,200여 편의 프로그램을 만들어온 제작진이 50여명에 이르는데도 불구하고, 일련의 프로 그램들 속에서 공통된 어떤 ‘지식채널다운 것’을 발견하셨다면, 그것이 아마 공동 창작 시스템의 산물일 것입니다. 앞서 프로그램 소개에서 굳이 제작진들 숫자를 밝힌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지식채널ⓔ>가 다른 교양 프로그램과 다른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보통 교양 프로그램을 볼 때 시청자들은 어떤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에도 ‘명쾌함’이 상당히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하지만 <지식채널ⓔ>는 ‘답을 주지 않을 것’이 상당히 중요한 제작 방향입니다. 어떻게 보면 시청자들에게는 상당히 불친절한 교양 프로그램인 것이죠. 하지만 프로그램의 이 불친절함이 야기한 어떤 결핍이, 시청자의 궁금증을 낳고, 생각을 낳고, 경우에 따라 행동으로까지 연결됩니다. 이것이 결국 아이러니하게도 시청자를 가장 적극적 이고, 능동적으로 만드는 것이죠. 그래서 제작진들 사이에서는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라는 말이 거의 고유명사처럼 쓰입니다. 프로그램명이 ‘지식채널’ 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지식’을 이야기하는 상대는 시청자의 머리가 아니라 마음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지난 10년간, 소재의 다양화뿐만 아니라, 구성 방식의 차별화를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뮤직비디오, 드라마타이즈, 애니메이션, 웹툰 등 단편 다큐멘터리에서 가능한 많은 실험을 해왔어요. 주 시청자 층이 젊다보니 시각적으로도 늘 신선해야 하고요, 무엇보다 흥미로워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 담겨있어도 시청하기에 흥미롭지 않으면, 시청자의 호기심이 닿지 않고, 방송 프로그램으로서도 옳지 않으니까요.



<지식채널ⓔ> 시리즈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시리즈를 소개해 주세요. 

저희 프로그램에 사회 유명 인사나 전문가가 직접 구성에 참여하는 ‘객원작가제’라는 것이 있어요. 2011년 부터 유홍준 교수, 노희경 작가, 김연수 소설가, 광고인 박웅현, 배우 한지민 등이 참여한 바 있고요, 시청자가 참여한 적도 있습니다. 작년 연말에도 시청자들의 사진과 사연으로 <우리들의 2014>년이라는 편을 제작했는데요,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소통해오던 시청자분들을 (사진으로 나마) 직접 마주하게 되니까 굉장히 설레고 반가웠습니다. 앞으로도 시청자분들과 함께 하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테니, 많이 참여해주시고요. 혹시 부모 자녀 간에 서먹서먹하시거나, 데면데면하신 분들 계시다면, <아버지는 가끔 꿈을 바꾼다>라는 편을 추천하고 싶어요. 계속해서 꿈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운명에 대한 약간 위트 있는 이야기인데요, 꼭 부자간이 아니라도 시청하면서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간에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힘이 있더라고요. 저희 프로그램 홈페이지 (http://home.ebs.co.kr/jisike)에서 언제든 무료로 다시보기 하실 수 있고, 다시보기 링크도 공유하실 수 있습니다.



<지식채널ⓔ> 외에 시청자들께 추천하고싶은 EBS 프로그램이 있으신지요? 

EBS 프로그램 중에 추천하지 않을 프로그램이 없지만(^^;), <스페이스 공감(목 24:10~, 월·화 12:10~)>이라는 프로그램을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국내외 뮤지션들의 공연 실황으로 볼 수 있는 아주 귀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1년간 오직 음악만으로 수많은 뮤지션들을 발굴해온 뚝심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하고요. 음악에 대한 견문도 넓히고, 일상에 지친 심신도 치유할 수 있는 여러모로 좋은 프로그램입니다. 물론 방송으로 보기 전에, 공연을 신청해서 직접 관람할 수도 있어요. 특히 스페이스 공감 공연장은 150석 규모의 작은 공연장이라, 좋아하는 뮤지션이 공연을 하게 된다면 반드시 신청하셔서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뮤지션의 음악과 열정을 아주 가까이에서 느끼실 수 있습니다.



짧은 시간에 임팩트를 준다는 면에서 <지식채널ⓔ> 와 광고는 닮은 점이 있는 것 같은데요. 크리에이티브적인 힌트를 주신다면요?

실제로 수많은 국내외 광고와 영상물에서 크리에이티브적 힌트를 얻습니다. 아마 방송계에 계신 많은 분들이 그러시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요즘은 직접적인 광고보다는 이야기와 상징이 있는 광고에 관심이 많이 가더라고요. 이미지성 광고라고 해야 할까요? 사실 구체적인 정보는 어떻게든 검색으로 알 수 있는 세상이니까, 그렇게 호기심을 자극해 동기를 부여하는 광고가 인상에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광고가 끝날 때까지 대체 어떤 광고인지 짐작도 안 가는 광고들도 있어요. 그러면 오히려 강한 인상이 남아서, 그 광고를 추적하게 되기도 하구요. 개인적으로는, 광고가 직접적인 소재로부터 얼마나 멀어질 수 있는지 아주 호기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끝으로 광고1번지 독자들 및 광고주/광고회사 담당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올해 <지식채널ⓔ>가 방송 10주년을 맞습니다. 관련해서 이런저런 특집 기획들을 구상중인데요, 혹시 ‘젊고 감각적이며 지적인’ 특별 행사와 관련해 좋은 아이디어 있으시면 언제든 제보해 주세요. 물론 제안도 감사합니다. ^^ 


EBS <지식채널e> 황정원 PD 인터뷰

• 월요일 ~ 수요일 13:05~, 2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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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삶에 관하여 中, <록키>시리즈에 투영된 스탤론의 부침 - 허지웅

버티는 삶에 관하여 中

허지웅 / 문학동네


<록키> 시리즈에 투영된 스탤론의 부침


 시합을 만류하는 에이드리언에게 발보아는 말했다.

 "시합에서 져도, 머리가 터져버려도 상관없어. 15회까지 버티기만 하면 돼. 아무도 거기까지 가본 적이 없거든. 종소리가 울릴 때까지 두 발로 서 있으면, 그건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뭔가를 이뤄낸 순간이 될 거야."


 <록키>에서 록키 발보아의 목적은 오직 하나, 15라운드를 끝까지 버티는 것뿐이었다. 그는 끝내 경기에서 패배하지만 결국 승리보다 더 값진 걸 거머쥔다. 그건 이 영화의 미덕이자 영리한 점이었다. 당시의 젊은 관객들은 승리 자체보다 그 과정의 정당함과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고민하는 걸 좋아했다. 덕분에 스크린 역시 반-영웅 캐릭터들이 온통 수놓고 있었다. 스탤론 스스로 반-반-영웅이라고 부르는 발보아는 대중들이 단연 환호할 만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록키> 이후 스탤론의 행보는,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간에 관계없이,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그건 마치 <록키>로 순식간에 이뤄놓은 커리어를 차례차례 망가뜨려 끝내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짓밟는 것과 비슷해 보였다. <록키>에서 마지막 15라운드 종이 울렸을 때 아폴로 크리드는 "재시합은 없어!"라고 말하고 록키 역시 "동감이야"라고 대답했다. 정말 그랬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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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 소 이 유 서



  • 본 적 : 경상북도 월성군 내남면 망성동 163
  • 주 소 : 서울특별시 구로구 시흥 1동 한양아파트 11동 1107호
  • 성 명 : 유시민 생년월일 : 1959년 7월 28일
  • 죄 명 :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요 지]

본 피고인은 1985년 4월 1일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에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고 이에 불복, 다음과 같이 항소이유서를 제출합니다.


[다 음]

본 피고인은 우선 이 항소의 목적이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거나 1심 선고 형량의 과중함을 애소(哀訴)하는데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두고자 합니다. 이 항소는 다만 도덕적으로 보다 향상된 사회를 갈망하는 진보적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려는 노력의 소산입니다. 또한 본 피고인은 1심 판결에 어떠한 논란거리가 내포되어 있는지 알지 못하며 알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자신의 행위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본 피고인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하느님이 주신 양심이라는 척도이지 인간이 만든 법률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법률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본 피고인으로서는 정의로운 법률이 공정하게 운용되는 사회에서라면 양심의 명령이 법률과 상호적대적인 모순관계에 서게 되는 일은 결코 일어날 수 없으리라는 소박한 믿음 위에 자신의 삶을 쌓아올릴 수밖에 없었으며 앞으로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인간과 인간, 인간집단과 인간집단 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폭력행위는 본질적으로 그 사회의 현재의 정치적·사회적·도덕적 수준의 반영인 동시에 미래의 그것을 결정하는 규정 요인 중의 하나입니다. 따라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폭행법이라 함) 위반 혐의로 형사소추 되어 1심에서 유죄선고를 받은 본 피고인으로서는 자신이 관련된 사건이 우리 사회의 어떠한 정치적·사회적·도덕적 상태의 반영이며, 또 미래의 그것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규명함과 동시에 사건과 관련된 각 개인 및 집단의 윤리적 책임을 명백히 밝힐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우리 사회가 젊은 대학생들이 동 시대의 다른 젊은이들을 폭행하였다는 불행한 이 사건으로부터 ‘개똥이와 쇠똥이가 말똥이를 감금 폭행하였다. 그래서 처벌을 받았다’는 식의 흔하디흔한 교훈밖에 배우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사건 자체보다 더 큰 비극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이 항소이유서는, 부도덕한 개인과 집단에게는 도덕적 경고를, 법을 위반한 사람에게는 법적 제재를, 그리고 거짓 선전 속에 묻혀 있는 국민에게는 진실의 세례를 줄 것을 재판부에 요구하는 청원서라 하겠습니다. 거듭 밝히거니와 본 피고인은 법률에 대해 논하려는 것이 아니므로 이 글 속에서 ‘책임’ ‘의무’ ‘과실’ 등등의 어휘는 특별한 수식어가 없이 사용된 경우, 그 앞에 ‘윤리적’ 또는 ‘도덕적’이라는 수식어가 생략된 것으로 간주하여 무방합니다. 그리고 본 피고인이 특히 힘주어 말하고 싶은 단어나 문장에는 윗점을 사용하였습니다.


본 피고인은 우선 이 사건을 정의(定義)하고 나서 그것을 설명한 다음, 사건과 관련하여 학생들과 현 정권(본 피고인이 신봉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비추어 제5공화국이 합법성과 정통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표시하기 위해 정부 대신에 정권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각자가 취한 행위를 분석함으로써 이 글의 목적을 달성코자 합니다.


이 사건은 학생들에 의해서는 ‘서울대 학원프락치사건’으로, 정권과 매스컴에 의해서는 ‘서울대 외부인 폭행사건’으로 또는 간단히 ‘서울대 린치사건’이라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건 명칭의 차이는 양자가 사건을 보는 시각을 전혀 달리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현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건의 본질 자체가 달라질 리는 만무한 일입니다. 본 피고인이 가능한 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이 사건을 정의하자면 이는 ‘정권과 학원 간의 상호 적대적 긴장이 고조된 관악캠퍼스 내에서, 수사기관의 정보원이라는 혐의를 받은 네 명의 가짜학생을 다수의 서울대 학생들이 연행·조사하는 과정에서, 혹은 약간의 혹은 심각한 정도의 폭행을 가한 사건’입니다.


‘정권과 학원 간의 상호 적대적 긴장상태’를 해명하기 위해서 우리는 4월 민주혁명을 짓밟고 이 땅에 최초의 군사독재정권을 수립한 5·16 군사쿠데타 이후 4반세기에 걸쳐 이어온 학생운동의 반독재 민주화 투쟁혈사(血史)와 아울러 가열되어온 독재정권의 학원 탄압사를 살펴보아야 할 터이지만, 이 글이 항소이유서임을 고려하여, 1964~65년의 대일 굴욕외교 반대투쟁(소위 6·3사태), 1974년의 민청학련 투쟁, 1979년 부산마산지역 반독재 민중투쟁 등을 위시한 무수한 투쟁이 있어왔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데 그치기로 하고, 현 정권의 핵심 부분이 견고히 형성되어 사실상 권력을 장악한 1979년 12월 12일의 군사쿠데타 이후 상황만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경제적 모순, 사회적 갈등, 정치적 비리, 문화적 타락은 모두가 지난날의 유신독재 아래에서 배태·발전하여 현 정권 하에서 더욱 고도성장을 이룩한 것들입니다. 현 정권은 유신독재의 마수에서 가까스로 빠져 나와 민주회복을 낙관하고 있던 온 국민의 희망을 군화발로 짓밟고, 5·17 폭거에 항의하는 광주시민을 국민이 낸 세금과 방위성금으로 무장한 ‘국민의 군대’를 사용하여 무차별 학살하는 과정에서 출현한 피 묻은 권력입니다.


현 정권은 정식출범조차 하기 전에 도덕적으로는 이미 파산한 권력입니다. 현 정권이 말하는 ‘새시대’란, 노골적·야수적인 유신독재헌법에 온갖 화려한 색깔의 분칠을 함으로써, 그리고 총칼의 위협 아래 국민에게 강요함으로써 겨우 형식적 합법성이나마 취할 수 있었던 ‘새로운 유신시대’이며, 그들이 말하는 ‘정의(正義)’란 ‘소수군부세력의 강권통치’를 의미하며, 그들이 옹호하는 ‘복지’란 독점재벌을 비롯한 ‘있는 자의 쾌락’을 뜻하는 말입니다.


‘경제성장’ 즉 자본주의 발전을 위하여 ‘비효율적인’ 각종 민주제도(삼권분립, 정당, 노동조합, 자유언론, 자유로운 집회결사) 등을 폐기시키려 하는 사상적 경향을 우리는 파시즘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그러한 파시스트 국가의 말로가 온 인류를 재난에 빠뜨린 대규모 전쟁도발과 패배로 인한 붕괴였거나, 가장 다행스러운 경우에조차도 그 국민에게 심대한 정치적·경제적 파산을 강요한 채 권력 내부의 투쟁으로 자멸하는 길 뿐임을 금세기의 현대사는 증명하고 있습니다. 나치 독일, 파시스트 이탈리아, 군국주의 일본은 전자의 대표적인 실례이며, 스페인의 프랑코 정권, 합법정부를 전복시키고 등장했던 칠레·아르헨티나 등의 군사정권, 하루저녁에 무너져버린 유신체제 및 지금에야 현저한 붕괴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필리핀의 마르코스 정권 따위는 후자의 전형임에 분명합니다.


국가는 그것이 국가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만이 구성원 모두에게 서로 방해하지 않고 자유롭게 행복과 자아실현을 추구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주기 때문에 존귀합니다. 지난 수년간,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요구하며 투쟁한 노동운동가, 하느님의 나라를 이 땅에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 양심적 종교인, 진실과 진리를 위하여 고난을 감수한 언론인과 교수들, 그리고 민주제도의 회복을 갈망해 온 민주정치인들의 선봉에 섰던 젊은 대학인들은 부도덕하고 폭력적이며 비민주적일 뿐만 아니라 반민중적이기 때문에, 국민이 자유롭게 보고 듣고 말할 수 있는 조건 아래라면 단 한 주일도 유지될 수 없는 현 군사독재정권이 그토록 존귀한 우리 조국의 대리인이 될 수 없음을 주장해 왔습니다. 우리 국민은 보다 민주적인 정부를 가질 자격과 능력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 정권은 12·12 군사쿠데타 이후 4년 동안 무려 1,300여 명의 학생을 각종 죄목으로 구속하였고 1,400여 명을 제적시키는 한편 최소한 500명 이상을 강제징집하여 경찰서 유치장에서 바로 병영으로 끌고 갔습니다. 뿐만 아니라 교정 구석구석에 감시초소를 세우고 사복형사를 상주시키는 동시에 그것도 모자라 교직원까지 시위진압대로 동원하는 미증유의 학원탄압을 자행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한 번도 이러한 사실을 시인한 적이 없으며, 1982년 기관원임을 자칭한 괴한에게 어린 여학생이 그것도 교정에서 강제추행을 당하는 기막힌 사건이 일어났을 때조차, 최고위 치안당국자는 국회 대정부 질의에 대하여 “교내에 경찰을 상주시킨 일이 없다. 유언비어의 진원지를 밝혀내 발본색원 하겠다”고 태연하게 답변하였을 정도입니다.


현재 학원가를 풍미하고 있는 정권, 특히 경찰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은 이와 같은 정권의 학원탄압 및 권력층의 상습적인 거짓말이 초래한 유해한 결과들 중의 한 가지에 불과합니다.


이솝우화의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은 양떼를 잃어버리는 작은 사건을 낳는 데 그쳤지만, 주 유왕(周 幽王)이 미녀 포사(褒似)를 즐겁게 하기 위해 거짓봉화를 올린 일은 중국 대륙 전체를 이후 500여 년에 걸친 대 전란의 와중에 휩쓸리게 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양치기 소년의 외침을 외면한 마을사람들이나 오랑캐에게 유린당하기까지 주(周)왕실을 내버려 둔 제후들을 어리석다 말하지 않습니다. 정권의 주장이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으려는 학생들의 불신은 과연 누구의 책임이겠습니까?


더욱이 야만적이고 부도덕한 학원탄압은 전국 각 대학에서 목숨을 건 저항을 유발하였고, 그 결과 일일이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생명을 잃거나 중상을 당했습니다. 서울대학교에서만도 고 김태훈, 황정하, 한희철 등 셋이나 되는 젊은 생명이 희생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은 83년 12월의 소위 자율화조치 이후에도 주전선(主戰線)이 교문으로 이동하였다는 단 한 가지를 제외하면 거의 변함없이 계속되어 왔으며, 특히 지난해 9월 총학생회 부활을 전후하여 더욱 강화되었던 수사기관의 학원사찰, 교문 앞 검문검색, 미행과 강제연행 등으로 인해 양자 간의 적대감 또한 전례 없이 고조된 바 있습니다. 즉 소위 자율화조치 이후에도 ‘학원과 정권 사이의 적대적 긴장상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사건은 바로 이와 같은 조건 하에서 수명의 가짜학생이 수사기관의 정보원이라는 혐의를 받을만한 행위를 하였기 때문에 거의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난 예기치 못한 사건입니다. 이들의 의심을 받게 된 경위 및 사건경과는 이미 밝혀진 바이므로 재론할 필요가 없지만, 여기에서 가짜학생에 대해서는 약간의 부연설명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들이 실제로 정보원인지 그 여부는 극히 중요한 정치적 관심사임에 분명하지만 사건의 법률적·윤리적 측면과는 거리가 있는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학생들이 연행·감금·조사 또는 폭행한 것은 결코 정보원이나 단순한 가짜학생이 아닌 ‘정보원 혐의를 받고 있는 가짜학생’이었으므로, 조사 결과 그들이 정보원이었다고 해서 폭행까지도 정당할 수는 없으며, 또 아니라고 해서 학생들의 일체의 행위가 모두 부당했다고 말할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본 피고인이 이 문제에 대해 재론하지 않는 것은 그들이 정보원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이와 같은 이유에 의해서 입니다.


갖가지 목적으로 학생처럼 위장하고 캠퍼스를 배회하는 수많은 가짜 학생들, 이들은 소위 대형화·종합화된 오늘날의 대학에서, 졸업정원제·상대평가제 등 대학을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의식이 마비되어 제 한 몸 잘사는 일에만 관심이 있는 전문기능인의 집단양성소로 전락시키기 위해 독재정권이 고안해 낸 각종 제도가 야기한 바, 대학인의 원자화·고립화 등 비인간화 현상을 틈타 캠퍼스에 기생하는 반사회적 인간집단으로서, 교내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절도·사기·추행·학원사찰의 보조활동(손형구 경우처럼) 등과 복합적인 관련을 맺고 있음으로 해서 대학인 상호간에 광범위한 불신감을 조성하고 대학의 건강한 공동체문화를 파괴하는 암적 존재입니다.


현 정권은 이들이 대학인의 일체감을 파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내에 사복경찰을 상주시킴으로써 야기된 숱한 문제들마저 이들에게 책임 전가시킬 수 있다는(여학생 추행사건 때처럼) 잇점 때문에 가짜학생의 범람현상을 방관 또는 조장하여 온 것입니다. 따라서 학생들이 이들에 대해 평소 품고 있는 혐오감이 어떠한가는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일입니다.


이들이, 이들 가짜들이, 혹은 복학생들의 소규모 집회석상에서, 혹은 도서실에서, 법과대학 사무실에서, 강의실에서, 버젓이 학생행세를 하면서 학생활동에 대한 정보 수집활동을 하다가 탄로 났을 경우, 법이 무서워서 이를 묵과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올바른 일이겠습니까? 상호적대적인 분위기 속에서, 바로 그들을 보냈으리라 추정되는 수사기관에, 정보원 혐의를 받고 있는 가짜학생의 신분조사를 의뢰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겠습니까?


물론 대학의 교정은 개방된 장소이므로 은밀한 사찰행위뿐만 아니라 예전처럼 수백 수천의 정·사복 경찰이 교정을 온통 휘젓고 다닌다 할지라도 이는 전혀 비합법 행위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본 피고인은 이러한 행위가 도덕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하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반면 이러한 부도덕한 학원 탄압행위에 대한 학생들의 여하한 실질적 저항행위도, 비록 그것이 윤리적으로 정당한 일이지만, 현행 법률에 대한 명백한 침해가 될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정의로운 사회에서라면 존재할 수 없는 법과 양심의 상호적대적인 모순관계가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그 누구도 이 상황에서 법과 양심 모두를 지키기란 불가능합니다.


이 사건이야말로 우리 사회 전체가, 물론 대학사회도 포함하여, 당면한 정치적·사회적 모순의 집중적 표현이라는 학생들의 주장은 바로 이와 같은 논거에 입각한 것입니다.


법은 자기를 강제할 수 있는 힘을 보유하고 있지만 양심은 그렇지 못합니다. 법은 일시적 상대적인 것이지만 양심은 절대적이고 영원합니다. 법은 인간이 만든 것이지만 양심은 하느님이 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본 피고인은 양심을 따랐습니다. 그것은 법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양심의 명령을 따르는 일이 더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본 피고인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이 사건에서만이 아니라 그 이전의 어느 사건에서도 그랬습니다.


지난해 9월, 10일 간에 걸친 일련의 사건은 이렇게 하여 일어난 것입니다. 그러나 자체로서 그리 복잡하지 않은 이 사건은 서울대생들의 민한당사 농성사건, 주요 학생회 간부들의 제적·구속, ‘학생운동의 폭력화’에 대한 정권과 매스컴의 대공세, 서울대 시험거부 투쟁과 대규모 경찰투입 등 심각한 충격파를 몰고 왔으며, 공소 사실을 거의 전면 부인하는 피고들에게 유죄를 선고함으로써 일단락된 바 있습니다.


사건 종료 다음날인 9월 28일, 전 학도호국단 총학생장 백태웅과 뒤늦게 프락치사건 대책위원장을 겸직한 사회대 학생회장 오재영군 등이 지도한 민한당사 농성은 자연발생적·비조직적으로 일어난 이 사건을 부도덕한 학원사찰 및 정권의 비민주성을 비판하는 조직적 투쟁으로 고양시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비록 가짜 학생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법률적·윤리적 과실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때문에 학원사찰의 존재라는 별개의 정치적 문제를 덮어둘 수는 없는 일이므로, 이 투쟁은 그 자체로서 완전히 정당한 행위였다고 본 피고인은 생각합니다.


이 일이 있은 다음 날인 9월 29일 저녁, 학교 당국은 이정우·백기영·백태웅·오재영 등 4명의 총학생회 주요간부를 전격적으로 제명 처분하였으며, 본 피고인은 9월 30일 하오 경찰에 영장 없이 강제연행 당한 후 며칠간의 조사를 받고 구속되었습니다.


본 피고인이 가장 먼저 연행당한 것은 미리 도피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도피하지 않은 것은 필요를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고, 필요를 느끼지 않은 것은 도망칠 만큼 잘못한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본 피고인은 경찰·검찰에서의 조사 및 법정진술시 기억력의 한계로 인한 사소한 착오 이외에 여하한 수정·번복도 한 바 없었으며 오직 사실 그대로를 말했을 따름입니다.


어쨌든 서울시경 국장은 10월 4일 소위 ‘서울대 외부인 폭행사건’의 수사결과를 도하 각 신문·TV·라디오를 통해 발표하였는데, 그에 의하면 4명의 외부인을 감금·폭행한 이 일련의 사건이 복학생협의회 대표였던 본 피고인 및 학생대표들의 합의 아래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10월 4일 이전에 경찰에 연행된 몇몇 학생들 중(본 피고인을 포함) 어느 누구도 이 발표를 뒷받침해 줄 만한 진술을 한 바 없으며, 이후에 작성된 구속영장·공소장 및 관련학생들의 신문조서들이 모두 이 발표의 기본선에 맞추어 만들어진 것임은, 만일 이 모든 서류를 날짜별로 검토해 본다면, 누구의 눈에나 명백한 일입니다.


한마디로 10월 4일의 경찰발표문의 본질은 모종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견강부회·침소봉대·날조왜곡 바로 그것입니다. 그 목적이란 다름이 아니라 학생운동을 폭력지향적인 파괴활동으로 중상모략 함으로써 이 사건의 정치적 성격은 물론 현 정권 자체의 폭력성과 부도덕성을 은폐하려는 것입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이 비조직적·우발적으로가 아니라, 학생단체의 대표들에 의해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어야 했습니다. 그래야만 몇몇 관련 학생뿐만이 아니라 학생운동 전체를 비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총학생회장, 학도호국단 총학생장, 프락치사건 대책위원장, 복학생협의회 대표 등은, 그가 구체적으로 어떤 인간이며 어떤 행위를 실제로 했는가에 관계없이 선전을 위한 가장 손쉬운 희생물이 되어야만 했던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수법은 지난 수십 년간 대를 이어온 독재정권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상투적으로 구사해 온 낡은 수법을 그대로 답습한 것에 지나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현 정권은 막 출범한 서울대 학생회의 주요 간부의 활동을 실질적으로 봉쇄하는 동시에, 60만 대군을 동원해도 때려 부술 수 없는 학생운동의 도덕성을 훼손시키는 데에 어느 정도는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마치 자신이 더 도덕적인 존재가 된 듯한 자기만족조차 조금은 맛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검찰 역시 사실을 밝혀내는 일보다는 경찰의 발표를 뒷받침하기에만 급급하여 대동소이한 내용의 공소를 제기하고, 그것에만 집착하여 왔습니다. 사건 발생 후 1개월도 더 지난 작년 11월, 관악경찰서 수사과 형사들이 김도형·손택만 군 등 무고한 학생들에게 가혹한 고문을 가함으로써 공소사실과 일치하는 허위자백을, 형사들 자신의 표현을 빌자면 ‘짜내었다’는 사실이 그 증거입니다. 즉 경찰은 본 피고인들이 ‘폭행법’을 위반하였다는 증거를 바로 그 ‘폭행법’을 위반하여 관련된 학생들을 고문함으로써 짜낸 것입니다. 그 짜내어진 허위자백이 증거로 채택된다는 사실을 못 본 체 하더라도 ‘법 앞에서의 평등’이라는 중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전혀 정당한 윤리적 기초를 갖지 못하였기 때문에 양심인으로서는 복종의 의무를 느낄 필요가 없었던 지난날의 긴급조치나 현행 ‘집시법’과 달리 이 ‘폭행법’은 지켜져야 하며, 또 지켜질 수 있는 법률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각인은 현 정권에 대한 정치적 견해에 따라 이 법 앞에서 불평등한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본 피고인은,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으나,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폭행·고문하는 각 대학 앞 경찰서의 정보과 형사들이 그 때문에 ‘폭행법’ 위반으로 형사소추 당했다는 비슷한 이야기조차 들은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19일, ‘민주화운동 청년연합’이 주최한 광주항쟁 희생자 추모집회에 참석하였다가 귀가하는 길에, 그녀 자신 제적학생이면서 역시 고려대학교 제적학생인 서원기씨의 부인 이경은씨가 동대문 경찰서 형사대의 발길질에 6개월이나 된 태아를 사산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부부는 이 법의 보호 밖에 놓여 있음이 누구의 눈에나 명백히 드러났습니다. 고소장을 접수하고서도, 검찰은 수사조차 개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본 피고인 역시 여러 차례 수사기관에 연행되어 조사받는 과정에서 폭행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 법의 보호를 요청할 엄두조차 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 누구에게도 협박 또는 폭행을 가한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본 피고인은 폭력범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말았습니다. 본 피고인이 굳이 지난 일을 이렇듯이 들추어냄은 오직, 흔히 이야기되고 있는 바 검찰의 정치적 편향성의 존재를 환기하기 위한 것입니다. 즉 이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 역시 앞에서 밝힌 바 현 정권의 정치적 음모와 무관하지 않았음을 지적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결론적으로 검찰이 주장하는 바 공소사실의 대부분은 불순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경찰이 날조한 사건 내용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서, 한편에 있어서는 정권과 매스컴이 공모하여 널리 유포시킨 일방적인 편견의 기초 위에 서 있으며,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경찰이 고문수사를 통해 짜낸 관련 학생들의 허위자백에 의해 지지되고 있는 공허한 내용으로 가득 찬 것입니다.


그러나 본 피고인이 이 사건에서 드러난 학생들의 과실과 본 피고인 자신의 법률적·윤리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이렇듯 정권의 부도덕을 소리 높이 성토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가짜학생에 대한 연행·조사가 윤리적으로 정당하다손치더라도, 이들에게 가한 폭행까지를 정당화 할 의향은 없습니다. 조사를 위한 감금은 가능한 한 짧아야 하며 폭행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물론 현상적으로 폭력처럼 보인다고 해서 그것이 본질상 다 폭력의 영역에 속할 수는 없지만, 무력한 개인에게 다중이 가한 폭행은 비록 그것이 경찰에 대한 이유 있는 적대감의 발로인 동시에 그들이 상습적으로 학생들에게 가해 온 고문을 흉내 낸 것이라 할지라도 학생운동의 비폭력주의에서 명백히 이탈한 행위라고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또 폭행을 가한 당사자들이 스스로 나서서 책임을 감당하지 않은 것 또한 비록 그것을 어렵게 만든 당시의 특수한 정치적 사정이 개재됐다 손 치더라도, 학생들이 가진 윤리적 결함의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자신 폭행과 절대로 무관하며 사건 전체와도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하여 틀림이 없을 총학생회장 이정우 군이 스스로 모든 책임을 떠맡아 항소조차 포기했다고 하는 아름다운 행위가, 그 누구도 선뜻 폭행의 책임을 감당하려 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한 윤리의 공백상태를 어느 정도는 메워 주었다고 본 피고인은 확신합니다.


본 피고인은 역시 언행이나 조사를 지시한 사실이 없지만(지시할 필요가 없었으므로), 만일 그럴 필요가 있었다면 언제라도 기꺼이 직접 그들을 연행·조사하였을 것입니다(그것이 위법임은 물론 잘 알지만).


본 피고인은 복학생 협의회의 사실상의 대표로서 개인적으로 비폭력의 원칙을 준수해야 할 소극적 의무에 부가하여 학생운동의 전체수준에서도 이 원칙이 관철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적극적 의무 또한 완수해야 할 위치에 있습니다. 따라서 문제의 9월 26일 밤 전기동, 정용범 양인이 구타당하는 광경을 잠시 목격하고서도 그것을 제지하려 하지 않았던 본 피고인에게는 다른 학생들보다 더 큰 윤리적 책임이 있음에 분명합니다(법률적 측면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또한 임신현, 손형구의 경우에도 본 피고인이 사건에 접했을 때는 이미 감금 및 조사가 진행 중이었으므로 어떠한 지시를 내릴 필요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나 본 피고인 자신도 조사를 위한 감금에 명백히 찬동했으며, 또 잠시나마 직접 조사에 임한 적도 있기 때문에 법률을 어긴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며, 그에 따른 책임이라면 흔쾌히 감수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의 경우, 가능한 한 짧은 감금과 비폭력이라는 원칙을 관철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실제로 이 원칙이 관철되었으므로 본 피고인은 아무런 윤리적 책임도 느끼지 않습니다.


어쨌든 상당한 정도의 법률적·윤리적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떠맡기 위해 이정우 군처럼 처신할 수도 있었을 것이며, 그 또한 나쁘지 않은 일이었으리라 믿습니다. 그러나 이미 밝힌 바와 같이 너무나도 명백한 정권의 음모의 노리개가 될 가능성 때문에 본 피고인은 사실과 다른 것은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결코 시인하지 않으리라 결심하였고, 또 그런 자세로 법정투쟁에 임해 왔습니다. 그래야만 본 피고인은 자신이 느끼고 있는 책임감이, 공소사실을 기정사실화시키기 위해 우격다짐으로 요구하는 그것과는 성질상 판이한 것임을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본 피고인은 이 사건의 재판이 갖는 정치적 의미가 무엇이며, 이 사건을 우리 사회의 도덕적 진보의 계기로 삼으려면 사법부가 본연의 윤리적 의무를 완수해야 함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 사건은 누적된 정권과 학원 간의 불신 및 적대감을 배경으로 하여 수명의 가짜학생이 행한, 전혀 비합법적이라 할 수 없지만 명백히 부도덕한 정보수집행위가 본질적으로 부도덕하지 않으나 명백히 비합법적인 학생들의 대응행위를 유발함으로써 빚어진 사건입니다.


지난 수년 간 현 정권이 보여준 갖가지 부도덕한 행위들―학원 내에 경찰을 수백 명씩이나 상주시키면서도 온 국민에게 거짓증언을 한 치안당국자의 행위, 소위 자율화조치라고 하는 아름다운 간판 위에서 음성적인 학원사찰을 계속해 온(이에 관해서는 법정에서 상세히 밝힌 바 있음) 수사기관의 행위, 불순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 사건조차 서슴지 않고 날조·왜곡한 행위 등―은 같은 뿌리에서 돋아난 서로 다른 가지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 재판은 사건의 진정한 원인을 규명하여 그에 대한 처방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행위 중 비합법적인 부분만을 문제 삼아 처벌하기 위한 것입니다. 아마도 사법부 자체는 이처럼 부도덕한 정권의 학원 난입 행위를 옹호하려는 의도가 없을는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사태의 전후 맥락을 모조리 무시한 채 조사를 위한 연행·감금마저(폭행 부분이 아니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규정한 1심의 판결은, 지금 이 시간에도 갖가지 반사회적 목적을 위해 교정을 배회하고 있을 수많은 가짜학생 및 정보원의 신변안전을 보장한 ‘가짜학생 및 정보원의 안전보장 선언’이 아니라 말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본 피고인은 결코 학생들의 행위 전부에 대한 무죄선고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반복되는 말이지만, 부도덕한 자에 대한 도덕적 경고와 아울러 법을 어긴 자에 대한 법적 제재가 가해져야 하며, 허위선전에 파묻힌 국민에게는 진실의 세례를 주어야 한다는 것, 사태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지 않고서는 우리 모두의 도덕적 향상은 기대될 수 없는 것을 주장할 따름입니다.


법정이 신성한 것은 그것이 법정이기 때문이 결코 아니며, 그곳에서만은 허위의 아름다운 가면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때로는 추악해 보일지라도 진실의 참모습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오늘날의 사법부가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正義)를 세우며, 또 그 정의가 강자(强者)의 지배를 의미하지 않는다면, 1심의 재판 과정에서 매장당한 진실이 다시금 생명을 부여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본 피고인은 믿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아마도 이 사건으로 인하여 그렇지 않아도 쉽게 허물어버리기 어려울 만큼 높아져 있는 현재의 불신과 적대감의 장벽 위에 분노의 가시넝쿨이 또 더하여지는 것을 보아야 할 것이고, 언젠가는 더욱 격렬한 형태로 폭발할 유사한 사태를 반드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지난 5년 간 현 정권에 반대했다 하여 온갖 죄목으로 투옥되었던 1,500여 명의 양심수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이 ‘신성한 법정’에서 ‘정의로운 재판관’들에 의해 유죄선고를 받았습니다. 야수적인 유신독재 치하에서도 역시 그만큼 많은 분들이 전대미문의 악법 ‘긴급조치’를 지키지 않았다 하여 옥살이를 하였습니다.


긴급조치 위반사건의 보도 또한 긴급조치 위반이었으므로 아무도 그 일을 말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변론을 하던 변호사도 그 변론 때문에 구속당했습니다. 지금에 와서 긴급조치가 정의로운 법이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그리고 그때 투옥되신 분들이 ‘반사회적 불순분자’ 또는 ‘이적행위자’였다고 말하는 이도 거의 없지만, 그분들을 ‘죄수’로 만든 법정은 지금도 여전히 ‘신성하다’고 하며, 그분들을 기소하고 그분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검찰과 법관들 역시 ‘정의구현’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누군가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사법부가 정의를 외면해 왔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법정이 민주주의의 처형장으로 사용되어 왔다”는 뜻일 것입니다. 누군가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사법부가 정의를 세워왔다”고 말한다면, 그리고 그가 진정 진지한 인간이라면, 그는 틀림없이 “정의란 독재자의 의지이다”고 굳게 믿는 인간일 것입니다.


본 피고인은 그곳에 민주주의가 살해당하면서 흘린 피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서만은 진실의 참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의미에서의 신성한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싶습니다.


본 피고인은 자신에게 유죄를 선고하는 재판관이 ‘자신의 지위가 흔들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정의에 관심을 갖는’ 그런 정도가 아니라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우는’ 현명한 재판관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진실을 밝히는 일이야말로 정의가 설 토대를 건설하는 일이라 믿습니다.


이상의 논의에 기초하여 본 피고인은 1심판결에 승복할 수 없는 이유를 간단히 언급하고자 합니다. 본 피고인은 판결문을 받아보았을 때 참으로 서글픈 심정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무려 7회에 걸쳐 진행된 심리과정에서 밝혀진 사건의 내용과 거의 무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본 피고인이 그토록 진지하게 임했던 재판의 전 과정이 단지 예정된 판결을 그럴듯하게 장식해 주기 위해 치러진 무가치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음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우선, ‘판결이유’의 ‘범죄사실’ 제1항 중 “······임신현이····· 구타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피고인 유시민은 성명불상 학생들에게 위 임신현의 신분을 확인·조사토록 하고···”라는 부분은 형식논리상으로조차 성립할 수 없었습니다.


본 피고인에게 지시를 받은 학생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면, 어떻게 그가 성명불상일 수가 있습니까? 그리고 본 피고인이 한 번도 이를 시인한 바 없으며, 백수택 군 등 여러 학생들의 진술은 물론이요, 임신현 자신의 법정진술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할지라도, 본 피고인이 임신현이 연행 구타되던 현장에 있었음을 증명하기란 불가능한 일인데, 하물며 본 피고인이 성명불상의 누군가에게 어떠한 지시를 내렸다는 일이 어찌 증명 가능하겠습니까? 사실 본 피고인은 그때 그곳에 있지 않았습니다.


다음, ‘범죄사실’ 제2항 중 “·····위 김도인은 피고인 백태웅과 피고인 유시민 앞에서····· 구타하여 동인(손형구를 말함)에게 전치 3주간의·····다발성 좌상을 가한·····” 부분 역시, “백태웅과 유시민에게 조사받는 동안 한 번도 폭행당한 일이 없다”고 한 손형구 자신의 법정진술에조차 모순됩니다.


그리고 ‘범죄사실’ 제3항 중 “피고인 유시민은·····동일(9월 26일을 말함) 21:00경부터 익일 01:00까지 피고인 윤호중, 같은 오재영 및 백기영, 남승우, 오승중, 안승윤 등과 같이·····(정용범을)·····계속 조사하기로 결의하고·····” 및 ‘범죄사실’ 제4항 중 이와 유사한 대목 역시, 본 피고인이 당시 진행 중이던 총학생회장 선거관리 및 학생회칙의 문제점에 관해 선거관리 위원들과 장시간에 걸쳐 논의한 사실을 왜곡해 놓은 것에 불과하며, 이는 오승중, 김도형 등의 진술에 의해서도 명백히 밝혀진 일입니다.


이 몇 가지 예는 특히 현저하게 사실과 다른 부분을 지적한 것에 불과하며, 판결문 전체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의 유사한 모순점을 내포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습니다. 이는 사건 전체가 본 피고인 및 학생대표들의 지휘 아래 의도적으로 진행된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정권의 의도를 반영하는 현상으로서, 기실 판결문의 내용 중 대부분이 침소봉대·견강부회·날조왜곡된 지난해 10월 4일 경찰발표문을 원전(原典)으로 삼아 구속영장·공소장을 거쳐 토씨 하나 바꾸어지지 않은 그대로 옮겨진 것에 대한 증거입니다.


1심판결은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사건과 관련된 각 개인 및 집단의 윤리적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함으로써 우리 사회 전체의 도덕적 향상에 기여해야 할 사법부의 사회적 의무를 송두리째 방기한 것이라 판단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거듭 밝히거니와 본 피고인이 이처럼 1심판결의 부당성을 구태여 지적한 것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타당한 이유에 의한 유죄선고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현재 마치 '폭력 과격 학생'의 본보기처럼 되어 버린 본 피고인은 이 항소이유서의 맺음말을 대신하여 자신을 위한 몇 마디의 변명을 해볼까 합니다.


본 피고인은 다른 사람보다 더 격정적이거나 또는 잘난 체 하기 좋아하는 인간이 결코 아니며, 하물며 빨간 물이 들어 있거나 폭력을 숭배하는 젊은이는 더욱 아니기 때문입니다. 본 피고인은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장 평범한 청년에 지나지 않으며 늘 ‘불의를 보고 지나치지 말라’, ‘이웃의 아픔을 나의 아픔처럼 생각하라’, ‘거짓말 하지 말라’고 가르쳐 주신, 지금은 그분들의 성함조차 기억할 수 없는 국민학교 시절 선생님들의 말씀을 불변의 진리로 생각하는, 오히려 조금은 우직한 편에 속하는 젊은이입니다.


본 피고인은 이 변명을 통하여 가장 순수한 사랑을 실천해 나가는, 조국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실천하는 행위, 곧 민주주의의 재생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투쟁 전체를 옹호하고자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1978년 2월 하순, 고향집 골목 어귀에 서서 자랑스럽게 바라보시던 어머니의 눈길을 등 뒤로 느끼면서 큼직한 짐 보따리를 들고 서울 유학길을 떠나왔을 때, 본 피고인은 법관을 지망하는 (그 길이 여섯이나 되는 자식들을 키우시느라 좋은 옷, 맛난 음식을 평생토록 외면해 오신 부모님께 보답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또 그 일이 나쁜 일이 아님을 확신했으므로) 아직 어린티를 벗지 못한 열아홉 살의 촌뜨기 소년이었을 뿐입니다.


모든 이들로부터 따뜻한 축복의 말만을 들을 수 있었던 그때에, 서울대학교 사회계열 신입생이던 본 피고인은 ‘유신 체제’라는 말에 피와 감옥의 냄새가 섞여 있는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유신만이 살길이다’고 하신 사회선생님의 말씀이 거짓말일 수도 없었으니까요. 오늘은 언제나 달콤하기만 했으며, 생각하기만 해도 가슴 설레던 미래는 오로지 장밋빛 희망 속에 감싸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진달래는 벌써 시들었지만 아직 아카시아 꽃은 피기 전인 5월 어느날, 눈부시게 밝은 햇살 아래 푸르러만 가던 교정에서, 처음 맛보는 매운 최루가스와 걷잡을 수 없이 솟아나오던 눈물 너머로 머리채를 붙잡힌 채 끌려가던 여리디여린 여학생의 모습을, 학생회관의 후미진 구석에 숨어서 겁에 질린 가슴을 움켜쥔 채 보았던 것입니다.


그날 이후 모든 사물이 조금씩 다른 의미로 다가들기 시작했습니다. 기숙사 입구 전망대 아래에 교내 상주하던 전투경찰들이 날마다 야구를 하는 바람에 그 자리만 하얗게 벗겨져 있던 잔디밭의 흉한 모습은, 생각날 적마다 저릿해지는 가슴속 묵은 상처로 자리 잡았습니다. 열여섯 꽃같은 처녀가 매 주일 60시간 이상을 일해서 버는 한 달치 월급보다 더 많은 우리들의 하숙비가 부끄러워졌습니다. 맥주를 마시다가도, 예쁜 여학생과 고고 미팅을 하다가도, 문득문득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킨 아이처럼 얼굴이 화끈거리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이런 현상들이 다 ‘문제학생’이 될 조짐이었나 봅니다.


그리고 그 겨울, 사랑하는 선배들이 ‘신성한 법정’에서 죄수가 되어 나오는 것을 보고 나서는, 자신이 법복 입고 높다란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을 꽤나 심각한 고민 끝에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말았습니다.


다음해 여름, 본 피고인은 경제학과 대표로 선출됨으로써 드디어 문제학생임을 학교 당국 및 수사기관으로부터 공인받았고, 시위가 있을 때면 앞장서서 돌멩이를 던지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점증하는 민중의 반독재 투쟁에 겁먹은 유신정권이 내분으로 붕괴해 버린 10·26정변 이후에는, 악몽 같았던 2년간의 유신 치하 대학생활을 청산하고자 총학생회 부활운동에 참여하여 1980년 3월 ‘총학생회 대의원회 의장’이라는 중요한 직책을 맡게 되었습니다.


잊을 수 없는 그 봄의 투쟁이 좌절된 5월 17일, 본 피고인은 갑작스러이 구속학생이 되었고, ‘교수와 신부를 때려준 일’을 자랑삼는 대통령 경호실 소속 헌병들과, 후일 부산에서 ‘김근조 씨 고문살해사건’을 일으킨 장본인들인 치안본부 특수수사관들로부터 두 달 동안의 모진 시달림을 받은 다음, 김대중 씨가 각 대학 학생회장에게 자금을 나누어 받았다는 허위 진술을 해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구속 석 달 만에 영문도 모른 채 군법회의 공소기각 결정으로 석방되었지만, 며칠 후에 신체검사를 받자마자 불과 40시간 만에 변칙 입대 당함으로써 이번에는 ‘강집학생'이 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입영 전야에 낯선 고장의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이면서 본 피고인은 살아있다는 것이 더 이상 축복이 아니요 치욕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날 이후 제대하던 날까지 32개월 하루 동안 본 피고인은 ‘특변자’(특수학적변동자)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게 되었으며, 늘 감시의 대상으로서 최전방 말단 소총중대의 소총수를 제외한 일체의 보직으로부터 차단당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그리고 영하 20도의 혹한과 비정하게 산허리를 갈라지른 철책과 밤하늘의 별만을 벗 삼는 생활이 채 익숙해지기도 전인 그해 저물녘, 당시 이등병이던 본 피고인은 대학시절 벗들이 관계한 유인물 사건에 연루되어 1개월 동안 서울 보안사 분실과 지역 보안 부대를 전전하면서 대학생활 전반에 대한 상세한 재조사를 받은 끝에 자신의 사상이 좌경되었다는, 마음에도 없는 반성문을 쓴 다음에야 부대로 복귀할 수 있었으며, 동시에 다른 연대로 전출되었습니다.


하지만 본 피고인은 민족 분단의 비극의 현장인 중동부 전선의 최전방에서, 그것도 최말단 소총중대라는 우리 군대의 기간부대에서 3년을 보낼 수 있었음을 크나큰 행운으로 여기며 남에게 뒤지지 않는 훌륭한 병사였음을 자부합니다.


그런데 제대 불과 두 달 앞둔 1983년 3월, 또 하나의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세상을 놀라게 한 ‘녹화사업' 또는 ‘관제 프락치공작'이 바로 그것입니다. 인간으로 하여금 일신의 안전을 위해서는 벗을 팔지 않을 수 없도록 강요하는 가장 비인간적인 형태의 억압이 수백 특변자들에게 가해진 것입니다. 당시 현역 군인이던 본 피고인은 보안부대의 공포감을 이겨 내지 못하여 형식적으로나마 그들의 요구에 응하는 타협책으로써 일신의 안전을 도모할 수는 있었지만, 그로 인한 양심의 고통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처럼 군사 독재정권의 폭력 탄압에 대한 공포감에 짓눌려 지내던 본 피고인에게 삶과 투쟁을 향한 새로운 의지를 되살려준 것은 본 피고인과 마찬가지로 강제 징집당한 학우들 중 6명이 녹화사업과 관련하여 잇달아 의문의 죽음을 당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동지를 팔기보다는 차라리 죽음을 택한 순결한 양심의 선포 앞에서 본 피고인도 언제까지나 자신의 비겁을 부끄러워하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순결한 넋에 대한 모욕인 탓입니다.


그래서 1983년 12월의 제적학생 복교조치를 계기로 본 피고인은 벗들과 함께 ‘제적 학생 복교추진위원회’를 결성하여 이 야수적인 강제징집 및 녹화사업의 폐지를 위해, 그리고 진정한 학원 민주화를 요구하며 복교하지 않은 채 투쟁하였습니다.


이때에도 정권은 녹화사업의 존재, 아니, 강제징집의 존재마저 부인하면서 우리에게 ‘복교를 도외시한 채 정부의 은전을 정치적 선동의 재료로 이용하는 극소수 좌경 과격 제적학생들’이라는 참으로 희귀한 용어를 사용해 가면서, 어용 언론을 동원한 대규모 선전 공세를 펼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여러 가지 사정으로 복학하게 되었을 때 본 피고인은 ‘민주화를 위한 투쟁은 언제 어디서나 어떤 형태로든 계속되어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복학생협의회’를 조직하였습니다. 그러나 불과 복학한 지 보름 만에 이 사건으로 다시금 제적학생 겸 구속학생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본 피고인의 이름은 ‘폭력학생’의 대명사가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본 피고인은 이렇게 하여 5.17폭거 이후 두 번씩이나 제적당한 최초의, 그리고 이른바 자율화 조치 이후 최초로 구속 기소되어, 그것도 ‘폭행법’의 위반으로 유죄선고를 받은 ‘폭력과격학생’이 된 것입니다.


그러나 본 피고인은 지금도 자신의 손이 결코 폭력에 사용된 적이 없으며, 자신이 변함없이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임을 의심치 않습니다. 그러므로 늙으신 어머니께서 아들의 고난을 슬퍼하며 을씨년스러운 법정 한 귀퉁이에서, 기다란 구치소의 담장 아래서 눈물짓고 계신다는 단 하나 가슴 아픈 일을 제외하면, 몸은 0.7평의 독방에 갇혀 있지만 본 피고인의 마음은 늘 평화롭고 행복합니다.


빛나는 미래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 설레던 열아홉 살의 소년이 7년이 지난 지금 용서받을 수 없는 폭력배처럼 비난받게 된 것은 결코 온순한 소년이 포악한 청년으로 성장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 시대가 ‘가장 온순한 인간들 중에서 가장 열렬한 투사를 만들어 내는' 부정한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본 피고인이 지난 7년간 거쳐 온 삶의 여정은 결코 특수한 예외가 아니라 이 시대의 모든 학생들이 공유하는 보편적 경험입니다. 본 피고인은 이 시대의 모든 양심과 함께 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에 비추어, 정통성도 효율성도 갖지 못한 군사독재정권에 저항하여, 민주제도의 회복을 요구하는 학생운동이야말로 가위 눌린 민중의 혼을 흔들어 깨우는 새벽 종소리임을 확신하는 바입니다.


오늘은 군사독재에 맞서 용감하게 투쟁한 위대한 광주민중항쟁의 횃불이 마지막으로 타올랐던 날이며, 벗이요 동지인 고 김태훈 열사가 아크로폴리스의 잿빛 계단을 순결한 피로 적신 채 꽃잎처럼 떨어져 간 바로 그날이며, 번뇌에 허덕이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부처님께서 세상에 오신 날입니다.


이 성스러운 날에 인간 해방을 위한 투쟁에 몸 바치고 가신 숱한 넋들을 기리면서 작으나마 정성들여 적은 이 글이 감추어진 진실을 드러내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것을 기원해 봅니다.


모순투성이이기 때문에 더욱 더 내 나라를 사랑하는 본 피고인은, 불의가 횡행하는 시대라면 언제 어디서나 타당한 격언인 네크라소프의 시구로 이 보잘것없는 독백을 마치고자 합니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1985년 5월 27일

유 시 민

서울형사지방법원 항소 제5부 재판장님 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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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크리에이티브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Arthur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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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며칠, 온라인 상에서 화제라는 고딩 고백녀 영상.


누군지 모르겠지만, 대규는 좋겠네. 유선이가 좋아한다는데, 부럽다ㅠ


'오늘의 유머'에서는 대규를 잡으러 가자며 난리인듯.


출처: http://todayhumor.com/?humordata_1474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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