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삶에 관하여 中

허지웅 / 문학동네


 후루야 미노루의 작품세계는 늘 이와 같은 화두를 관통해왔다. 그의 초기작이자 출세작인 <이나중 탁구부>는 막무가내의 화장실 개그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조차 정수는 어른들의 세계를 향한 막연한 동경과 현실과의 괴리, 그리고 소년들의 왁자지껄한 난장 이후에 찾아오는 덧없음에 있었다.

 

 초창기 후루야 미노루 작품의 주인공들은 대개 무책임한 어른들의 영향 아래 놓여 있으되 자기 힘으로 삶을 일구어내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곤 했다. 나아가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하고, 그렇다면 좋은 어른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모습이 종종 포착되었다. <크레이지 군단>은 <이나중 탁구부>에서 <그린힐>에 이르는 초기 3부작 가운데 그러한 메시지를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낸 역작이었다.주인공 형제가 아저씨에게 두드겨맞고 실컷 눈물을 쏟은 다음 얼른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다음 발걸음을 재촉하는 <크레이지 군단>의 마지막 한 컷은 영화 <그래비티>에서 지구 위를 두 다리를 버티고 일어선 샌드라 블럭의 마지막 장면과 비견될 만한 것이었다.


 후루야 미노루의 작품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인생을 리셋할 수 있는 버튼 이야기다. 그런 게 있다면 누를거냐는 질문이다. 그는 우리 사람에 인생을 리셋하는 버튼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역설한다.


아무튼 산다는 건 액정보호필름을 붙이는 일과 비슷한 것이다. 떼어내어 다시 붙이려다가는 못 쓰게 된다. 먼지가 들어갔으면 들어간 대로, 기포가 남았으면 남은 대로 결과물을 인내하고 상기할 수밖에 없다.

2013.11


버티는 삶에 대하여 中, 후루야 미노루 작품 속의 인생 리셋 버튼 - 허지웅




Posted by 크리에이티브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Arthur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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