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를 움직이는 힘, 데이터에 주목하라!
양경철
㈜데이터스트림즈 지능데이터사업부문/공공그룹장 상무
코로나 19 사태 이후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NFT와 같은 가상 경제 활동이나 버추얼휴먼 등의 메타버스를 구성하는 요소 중 일부 기술만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 트렌드를 제대로 짚어내 메타버스 비즈니스를 지속하기 위해선 메타버스의 핵심 구성 요소인 데이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메타버스는 1992년 미국 작가 닐 스티븐슨이 쓴 공상과학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처음 사용된 개념으로, 소설에서 메타버스는 고글을 쓰고 ‘아바타’라는 가상 신체를 빌려 접속하는 3차원 가상공간이다. 소설의 줄거리는 해커이자 피자 배달원인 한국계 주인공 히로가 현실 세계와 메타버스에서 수메르 신화에 얽힌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히로가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는 ‘사서 데몬’이라는 일종의 AI다. ‘사서 데몬’은 도서관의 방대한 데이터를 자유롭게 옮겨 다니며, 서로 연관 있는 지식을 조합해낸다. 그리고 가상공간 속 아바타로 등장해 주인공과 대화하며 그를 돕는다. 이처럼 닐 스티븐슨이 상상한 메타버스는 가상공간에 접속하기 위한 VR과 아바타와 같은 인터페이스 기술과 데이터, AI가 결합된 가상 세계인 것이다.
지속 가능한 플랫폼의 핵심 요소 데이터
2002년 네이버는 지식iN 서비스를 출시해 한국어 데이터라는 강점으로 구글 검색을 제치고 한국 시장 포털 플랫폼 1위를 차지했다. 한편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각각 소셜 데이터를 무기로 플랫폼 시장을 석권하였다. 페이스북과 비슷한 시기에 서비스를 개시한 유튜브는 UCC(User Created Contents) 동영상을 앞세운 방대한 데이터로 동영상 플랫폼 분야에서 압도적인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플랫폼들의 공통점은 사용자가 직접 참여하여 텍스트와 동영상 등의 저비용 고품질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가 많아지면 사용자가 많아지고, 사용자가 많아지면 데이터가 많아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이는 지속적인 데이터 확보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핵심 요소임을 보여준다.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해선 데이터 확보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플랫폼 기업은 현재까지도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유튜브는 구글에 인수된 이후로 2007년에 구글 파트너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광고 수익을 파트너에게 배분하여 크리에이터 경제 활성화를 선도했다. 네이버는 지식인 expert 유료 결제 서비스를 도입했고, 자회사인 네이버제트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출시했으며, 트위터는 현재 테슬라의 대주주인 일론 머스크에게 매각 과정을 거치고 있다. 2021년 10월 페이스북은 메타버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사명을 메타로 변경하고 메타버스 시장에 의욕적으로 진출했다.
모든 활동이 데이터로 쌓이는 공간, 메타버스
정부에서 정의한 메타버스(메타버스 신산업 선도전략, 2022)는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공간에서 사람과 사물이 상호작용하여 경제사회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세계(플랫폼)”이다. 사람과 사물이 상호작용하여 창출하는 가치는 데이터로 치환되며, 이 데이터는 현실 세계에 반영된다. 현실 세계에서 나오는 원시데이터는 메타버스에서 활동하는 아바타의 걷기, 뛰기, 점프, 시선, 채팅 등의 사용자 데이터를 생성하게 되고, 아바타, 사물, AI가 상호작용하며 나오는 각종 활동(대화, 놀이, 쇼핑 등)은 다양한 가치를 가진 데이터로 생성된다.
예를 들어 온라인 쇼핑몰에선 사용자가 머무른 페이지와 확인한 상품 등 제한적인 데이터만을 수집하지만, 메타버스 쇼핑몰에서는 실제 오프라인 쇼핑할 때처럼 단일 상품에 대한 체류시간, 상품 간의 이동 경로나 행동, 시선이나 음성(채팅) 정보들이 모두 데이터로 저장 가능하다. 사용자가 혼자 쇼핑하는지 친구와 같이하는지도 데이터로 수집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데이터 분석 및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 요약하면 메타버스 데이터의 특징은 생성되는 데이터 종류가 다양하고 방대하며, 실시간으로 생성된다는 점이다.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 그리고 사람과 사물이 상호작용하게 되므로 무작위성과 우연성을 띠는 데이터가 생성된다는 점도 강점이다.
데이터가 바꾸어 나갈 메타버스 속 세상
메타버스가 진화하려면 몇몇 요소가 필요하다. 편하게 가상 세계에 접속할 수 있는 다양한 기기,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가상 경제, 여러 메타버스 플랫폼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데이터가 플랫폼 간에 상호 연결되도록 호환도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만약 인터페이스, 가상 경제, 데이터 등이 어우러져 메타버스가 진화할 경우 개인과 사회는 어떠한 경험을 갖게 될까?
우선 떠오르는 것은 초개인화 서비스가 일상이 된 미래다. 메타버스 오피스 출근이 일상화가 되면(필자가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 카카오에서 메타버스 근무를 선언했다.) 실제 출근복보다 아바타 출근복에 더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이 생기며, 패션 인플루언서는 자체 AI 알고리즘을 적용해 아바타 의상을 개인들에게 추천할 것이다. 의상에 대한 할인 폭도 기업이 아닌 인플루언서에 의해 결정될 수도 있다. 최근 나이키가 메타버스에서 디지털 운동화를 제작하는 RTFKT라는 회사를 인수했으나, 미래에는 메타버스 의류업체가 역으로 오프라인 의류업체를 인수하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2021년 한 국내 조사에 의하면 국내 데이팅 앱의 사용자가 180만 명에 이른다.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엔 MBTI 궁합 서비스, AI를 활용한 데이트 상대 추천 서비스 등이 인기다. 가까운 미래 데이팅 메타버스에선 유전자 정보를 반영한 아바타의 제작 혹은 유전자와 생활 습관을 분석해 성격부터 자녀 예상 질병까지를 고려한 데이트 상대 추천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다. 메타버스에 익숙해진 미래 세대는 첫 만남조차도 실제 카페가 아닌 홀로그램 카페에서 가질지도 모른다.
가상 공무원과 개인 맞춤형 상담을 받는 민원 행정
공공부문에서의 변화를 살펴보면, 메타버스 정부에선 금융, 건강, 공공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주요 행정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정부24’ 서비스를 통해 주요 행정서비스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디지털 환경에 익숙지 않은 중장년 세대가 사용하기에 불편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정부에선 행정복지센터, 세무서, 우체국, 공공 박물관, 보건소, 일자리 센터, 기업센터 등을 메타버스화 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메타버스 정부에서는 AI가 결합된 가상 공무원과 개인 맞춤형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사이트를 이동하지 않고 행정업무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메타버스 정부가 활성화되면, 세금 납부 시기를 놓쳐서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일은 줄어들 것이며, 고의로 세금을 내지 않는 경우에는 메타버스 정부 접근이 되지 않아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선한 힘, 메타버스
메타버스가 일상화된 미래엔 사회적으로는 어떠한 변화가 생길 것인가? 현실 세계의 여러 문제를 메타버스에서 해결하기 위한 시도가 지속될 것이다. 각 국가에서는 메타버스에 실제 도시와 유사한 스마트 시티를 만들어 활용할 것이다. 신호등 고장이나 싱크홀 발생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시민들은 메타버스를 통해 손쉽게 신고가 가능하며, 시민 참여형 행정 서비스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
유럽연합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의 순배출 제로를 목표로 그린 뉴딜을 추진하고 있다. 그린 뉴딜의 일환으로 금년에 Destination Earth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지구의 완전한 디지털 복제품 즉 지구 메타버스(디지털 트윈)를 단계별로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연과 인간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모델링해,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테스트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지구 메타버스를 구축하기 위해 클라우드 플랫폼과 함께 아래 그림과 같은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데이터 레이크(Data Lake)를 구축할 예정이다.
메타버스 미래를 준비하라!
메타버스 단어가 처음 사용된 1992년, 유럽 원자핵 공동연구소(CERN)의 팀 버너스 리가 개발한 WEB은 이후 30년 동안 WEB 3.0으로 진화했다. 하지만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한 메타버스는 기술적으로 더욱 발전하고 사회문화적 수용되기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메타버스가 직면한 과제는 인터페이스 기술인 VR/AR/MR 등의 XR과 네트워크 속도 등의 기술이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메타버스 간의 상호 운용 가능한 호환을 위한 표준화도 필요하며, 개인 정보보호와 가상 경제를 위한 각종 정책 또한 수립되어야 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각종 범죄 그리고 소셜미디어와 AI 발달에 따라 심화된 정치 양극화에 따른 대립 등 메타버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에 대비한 법적 윤리적 방안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메타버스 가상공간에 올라타기 위해 기업은 메타버스 플랫폼 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도 있으며, 메타버스 플랫폼에 데이터를 제공하고 공간을 구축해 마케팅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각 기업 환경에 맞게 데이터 거버넌스를 수립하고, 수집, 저장, 개방, 거래, 분석과 같은 데이터 관리체계를 2~3년 안에 재정비해야 한다. 해당 기업은 구할 수 없는 외부 데이터를 찾을 수 있는 능력과 함께, 고객에게 흥미를 줄 수 있는 브랜드 스토리텔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의 이해, 데이터 활용, 마케팅 능력이 메타버스 생태계에서 기업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임을 명심해야 한다.
양경철
(주)데이터스트림즈 지능데이터사업부문/공공그룹장 상무로, 데이터를 활용한 공공분야 디지털 사업개발 및 메타버스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IT 개발자 출신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전산사무관, 한국문화정보원 정보화기획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플랫폼/미디어 분야 미래전략연구를 위해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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