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에 대한 기억의 저항

 

 

  기록이 남기는 것은 노력이 아닐 뿐더러 실력도 아니다. 오직 성적일 뿐이다.

  따라서 세월이 흘러가고 남는 것은 결과일 뿐, 과정이 아니다.

  그러나 그 과정을 지켜본 사람들은 기록의 전횡에 결코 동의하지 못한다.

 

  딱 한 개, 아니 두 개의 만루홈런과 패전투수라는 '기록'이 다 담지 못하는 이선희의 실력과 노력과 책임감,

  또한 '기록'이 한순간에 가려버린 수많은 업적과 환희의 기억들을 도저히 놓아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운의 스타'라는, 여운이 긴 별명을 붙여 그들을 세월 속에 붙잡아둔다.

 

  우리는 그 비슷한 몇명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다.

  국제전 47연승의 신화를 이루고도 올림픽 무대에 단 한 번도 서지 못했던 유도의 윤동식,

  부동의 스트라이커로 다시 일어나고도 부상 때문에 월드컵 출전의 꿈을 또다시 접어야 했던 축구의 이동국,

  그리고 야구의 이선희.

 

  물론 그들은 승리자가 아니다.

  그러나 그냥 '패배자'라고 부를 수도 없다.

  그들을 기억하는 이들이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노력과 실력이 그들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비운의 스타'다. 그들에 관한 기록을 볼 때마다,

  그들이 흘렸던 땀과 그 정직한 결과였던 실력이 채 반영되지 못했음을 우리는 떠올린다.

  이렇게 기억과 이야기로나마 그들을 추억하는 것이다.

  

  야구는 모름지기 기록의 스포츠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기록이 아니라 그것이 남기는 드라마다.

  그래서 종종 기록이 드라마를 담지 못할 때면 사람들은 기록과 맞서, 기억을 지키는 작은 저항의 진지를 구축하기도 한다.

  예컨대 '비운의 스타'같은 별명을 통해서 말이다.

 

  그렇게 기억과 기록이 맞서기로 한다면, 나는 언제나 기억의 편에 있을 작정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력서의 숫자 몇 개로 낙인 찍혀 팔려 다니는 초라한 세상 속에서

  야구가 따로 무슨 즐거움이 될 수 있겠는가?

 

 

  [패배자가 아닌 '비운의 스타' - 이선희 中]

 

 

Posted by 크리에이티브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Arthur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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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한국시리즈가 끝났다.


 내가 응원하는 꼴데는 6년만에 한가한 가을을 보냈기 때문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한국시리즈를 관전할 수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남의 팀 경기라도 한국시리즈를 보는데 흥분이 안될 수가 있나.


  2013년 한국시리즈에서의 내 분노포인트를 꼽아보자면,

 




 1. 우리가 저 박한이를 두고, 신명철을 뽑았단 말이지?

    

    - 류현진 거르고 나승현을 뽑은 꼴런트의 삽질은 이미 익히 알려져있지만,

       ( 이 자리를 빌어 한마디 보태자면, SK팬과 기아팬들 가끔 김광현과 윤석민을 류현진에 비교하시던데,

         그러지 마세요. 류현진과 비교할 수 있는건 오직 나승현 뿐입니다-_ ㅠ )

      박한이를 못 알아보고, 신명철을 뽑았던 꼴런트의 삽질도 오래된 흑역사.


      유혹의 명철신이 손인호와 함께 SS201(손인호, 신명철 둘이 합쳐 타율 1할)을 찍던 시기를 생각해보면 

      아직까지 펄펄 날아다니는 박한이가 참 아까울 수 밖에 없음. 

      그 동안 꼴데는 외야자원을 찾기 위해 정수근을 FA로 데려왔다가 술기운에 날려먹고,

      후에 두산에서 최경환을 데려와보고 별 짓을 다했던걸 생각해보면,

      아직까지도 펄펄 날아다니는 박한이가 참 부러울 뿐.

      물론, 신명철은 후에 강영식과 트레이드하여 삼성에서 뛰고 있음.


      박한이




 2. 우리가 저 최준석을, 최경환이랑 바꿨단 말이지?

    

    -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최준석의 활약을 보면서, 이대호를 그리워한 꼴빠는 나 외에도 많았을듯.

      이대호와 한 침대를 쓰던 남자, 최준석.

      05년 5월 26일 9회초 대타로 나와 LG을 상대로 역전 투전홈런을 날려

      8점차로 뒤지던 경기를 13:11로 뒤집은 잠실대첩의 주인공이었던 최준석을

      두산 최경환과 2:2 트레이드로 바꾸던 그 당시엔 사실 이렇게 최준석을 그리워하게 될진 몰랐다.


      무릎 때문에 포수로도 쓸 수 없었고, 1루는 이대호와 포지션이 겹치니, 

      보내는 것에 대해 큰 아쉬움이 없었는데, 올해 꼴데가 제대로 된 4번타자 하나 없이- 

      ( 이제서야 말이지만 황재균을 4번으로 쓰던 날, 나는 잠깐 눈물이 났다.. ㅅㅂ )

      장타율 0.360을 기록하게 되니, 떠나 보낸 최준석이 한 없이 그리워질 뿐이었다.


      최준석은 포스트시즌에서 미친듯, 연일 홈런을 펑펑 날리는데,

      꼴데가 데려온 최경환은 그 해 이후 커리어에서 가장 유명한 사건이, 윤길현과의 빈볼시비일 뿐이라니.

      아아, 꼴런트여..


      최준석




 3. 그런데, 어차피 꼴데에 있었어도 포텐은 안터졌겠지?


      놓친 선수를 아쉬워해봐야 뭐하겠냐만, 

      한가지 확신이 드는건, 류현진이든, 박한이, 최준석이든-

      꼴데에 있었다면 그 포텐이 터지지 않았을꺼라는- 꼴데 코칭스탭과 꼴런트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에,

      가장 분노가 치솟음.


      아아, 아버지, 왜 저를 사직구장에 데려가셨나요.

      저는 이제 정말 몸에서 사리가 나올 것 같습니다.







- 2013 한국시리즈 하이라이트 영상




Posted by 크리에이티브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Arthur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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