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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추억: 패배자가 아닌 '비운의 스타' - 이선희 中, 김은식 -기록에 대한 기억의 저항 기록이 남기는 것은 노력이 아닐 뿐더러 실력도 아니다. 오직 성적일 뿐이다. 따라서 세월이 흘러가고 남는 것은 결과일 뿐, 과정이 아니다. 그러나 그 과정을 지켜본 사람들은 기록의 전횡에 결코 동의하지 못한다. 딱 한 개, 아니 두 개의 만루홈런과 패전투수라는 '기록'이 다 담지 못하는 이선희의 실력과 노력과 책임감, 또한 '기록'이 한순간에 가려버린 수많은 업적과 환희의 기억들을 도저히 놓아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운의 스타'라는, 여운이 긴 별명을 붙여 그들을 세월 속에 붙잡아둔다. 우리는 그 비슷한 몇명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다. 국제전 47연승의 신화를 이루고도 올림픽 무대에 단 한 번도 서지 못했던 유도의 윤동식, 부동의 스트라이커로 다시 일어나고도.. 2019. 10. 17.
광고 글쓰기의 아트: 서문 - 책머리에.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있어 글쓰기는 외롭고 절망적이고 어쩌면 불유쾌한 체험이다. 진짜 글쓰기 과정을 즐기는 사람은 흔치 않다. 대부분은 쓰여진 글을 즐길 뿐 종이갈피 사이에 펜을 갈기거나 타이프라이터의 키를 두드리는 실제 작업을 즐기진 않는다. 글쓰기라는 작업을 위해 스스로를 옥죄는 것은 일종의 공포다. 그래서 사람들은 최후의 일각까지 미적거린다. 글쓰기는 끝없는 번잡(煩雜)과 부질없는 의식(儀式)의 반복이다. 마치 야구 투수가 최후에 발을 뻗어 실제 피칭모션을 하기 전에 행하는 무수한 비틀림 동작과도 같다. 종이는 딱맞게 준비되고 타이프라이터와 펜은 제자리에 정돈되어 있어야 한다. 커피를 꼭 마시거나 아니면 입에 대지도 말아야 한다. 창문은 꼭 닫든지 활짝 열어두든지 아니면 적당히 맞춰져 .. 2019. 10. 16.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안내서를 위한 안내서 서문: [안내서를 위한 안내서] 작가가 말하는 별 도움 안되는 이야기들 의 역사는 이제 너무나 복잡해져서 나 자신조차 말할 때마다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또 그것을 바로잡으려고 작정하고 한마디 하면 그때마다 내 말은 엉뚱하게 인용된다. 그래서 이 옴니버스 판의 출판은 이야기를 제대로 바로잡을ㅡ아니면 적어도 확실하게 비틀어버릴ㅡ좋은 기회인 것 같다. 이 판본에 잘못 적힌 게 있다면, 내가 아는 한 그 잘못들은 그걸로 영영 끝이다. 이 책의 제목에 대한 착상은 1971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의 한 들판에 술에 취해 누워 있을 때 처음으로 문득 떠올랐다. 특별히 많이 취한 건 아니었다. 그저, 돈 한 푼없는 히치하이커인지라 이틀 동안 내리 아무것도 못 먹은 상태에서 독한 괴서Gosser주(酒)를.. 2019.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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