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의 시대,시대의 테크
글 이희정 CD | 빅밴드 크리에이티브 솔루션 본부
지난 7월 러시아에서 열린 국제 체스대회에서 체스 로봇이 7살 소년의 손가락을 부러뜨리는 사고 소식, 기억나시나요?
소년이 경기 규칙을 어긴 탓에 로봇이 소년이 들고 있던 체스말을 빼앗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하는데요. 주변 어른들이 달려들어 겨우 로봇을 떼어 놓았는데도 손가락이 부러졌다니 충격이 엄청 났을 것 같습니다. 평생의 트라우마가 아닐까 싶네요. 뉴스를 보자 영화 ‘터미네이터'의 AI 스카이넷과 ‘미쳤습니까, 휴먼’ 밈이 떠올랐습니다. 테크를 디스토피아 SF 장르로 배운데다가 몹시도 문과생인 저에게 테크의 세계는 두려움과 어려움, 신기함과 기이함 그 사이 어디쯤 있습니다.
이해는 못해도 활용은 할 줄 알아야 하는 법! 오늘은 기술이 적 용된 크리에이티브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첫 번째는 올해 칸 라이언즈 디지털 크래프트 그랑프리를 수상한 '백업 우크라이나(Backup Ukraine)캠페인입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는 러시아군이 오데사도 공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요. 우리나라도 많은 전란을 거치면서 잃어 버린 문화유산을 셀 수 없을 정도죠. 우크라이나 역시 연일 계속되는 공습 속에 인명 피해뿐 아 니라 건축물을 포함한 많은 문화유산을 실시간으로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동이 가능한 작품들은 최대한 옮겨 놓으려고 노력했지만 전란 중에 쉬운 일은 아닙니다. 움직이기 어려운 동상에는 보호 장치를 설치하는 이상은 어렵고 건축물들은 규모가 커서 그마저도 어려웠습니다.
파괴를 두고 그냥 볼 수 없었던 유네스코와 버추 월드와이드(Virtue Worldwide)는 폴리캠의 모바일 3D 스캐닝 기술과 클라우드를 활용해 ‘백업 우크라이나’ 캠페인을 펼칩니다. 휴대폰이나 태블릿에 폴리캠 앱만 깔려 있으면 우크라이나에 있는 누구나 참여가 가능했습니다. 자기 주변에 보호하고 싶은 건물, 작품 등을 앞, 뒤, 좌, 우로 스캔하고 디지털 렌더링된 이미지를 클라우드에 업로드하면 기존 사진과 조합이 되어 3D 입체 영상으로 만들어집니다. 유네스코 측은 ‘전쟁은 국민들의 생명만이 아니라 한 국가의 정신에 돌이키기 힘든 피해를 준다. 국가 정체성의 바탕이 되는 가치, 자긍심, 문화까지 파괴된다. 문화유산 보호는 이렇듯 너무나 중요한 일이기에 백업 우크라이나 캠페인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이 전쟁 중에도 훌륭한 크리에이티브를 만드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어렵지 않은 기술이 뛰어난크리에이터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사람들뿐 아니라 세계인에게도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호할 수 있게 됐습니다.
두 번째는 동물 없는 서커스입니다. 서커스하면 코끼리, 사자, 말, 곰 등이 재주를 부리는 모습이 떠오르는데요. 서커스가 보편적이지 않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유럽은 오랫동안 동물 학대 이슈가 꾸준히 제기돼왔다고 합니다. 결국 작년에 프랑스 정부는 동물 서커스를 2023년부터 금지하기 로 했고 다른 유럽 국가들도 금지에 동참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과거부터 이슈에 대해 고민했던 프랑스의 서커스단 레꼬씨르크(L’Ecocirque)는 살아있는 동물 대신 LED 디스플레이와 홀로그램을 활용하여 100% 사람만으로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2016년부터 단원들과 함께 동물 없이 공연을 해보고자 노력해왔다고 해요. 처음에는 업계 동료들로 부터 비난과 괴롭힘도 당했다고 하는데요. 흔들리지 않고 지속한 결과 지금은 함께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합니다. 코끼리, 사자 등 동물 홀로그램과 라이브 연주, 단원들의 퍼포먼스만으로 새로운 시대의 서커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단순히 동물이 없는 공연이 아니라 아주 특별한 경험을 주고 싶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보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합니다. LED나 홀로그램이 완전히 새로운 기술은 아닙니다. 예술가들의 기발한 발상과 과감한도전이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냈습니다.
마지막은 사람 없는 광고입니다. 프라다의 캔디 향수 캠페인인데요. 뮤즈가 버추얼 인플루언서, ‘캔디’입니다. 캔디가 광고하는 캔디 광고인데 태그라인이 ‘Rethink Reality’입니다. 현실이 반드시 살아 있는 사람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일까요? 우리가 아는 현실이 실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일까요? 가상현실,메타버스가 앞으로 더 보편적으로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잘 모 르겠습니다. 철학적인 척 그냥 멋을 부리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요즘 TV를 틀면 ‘로지’를 비롯한 다양한 친구들이 인간 모델과 함께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생소하지 않아서 일까요? 저는 프라다가 트렌드에 뒤쳐진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향수의 뮤즈인 게 맞나 싶기도 하고요. 그래픽은 훌륭하지만 크리에이티브가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크리에이티브도 테크가 전에 없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백업 우크라이나’와 레꼬시르크의 동물 홀로그램 서커스는 둘 사이의 결합으로 새롭고 의미 있는 크리에이티브를 창조했습니다. 반면 프라다 ‘캔디’는 상대적으로 테크를 위한 크리에이티브로 느껴집니다. ‘우리도 이런 멋진 걸 만 들었어’라고 MZ세대에게 외치는 것처럼요. 반성해봅니다. 저는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영상출처: 유네스코,블룸버그 퀵테이크, 프라다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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